[틴틴경제] 소액주주 운동이 활발해지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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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3일 열리는 국회의원 선거에 앞서 시민단체들이 "공천해서는 안될 사람은 ○○○, ×××" 라고 발표하고, 검찰은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불러 선거법을 위반했는지 조사하고 있어요.

'낙천.낙선운동' 이라고 하는 이 시민운동으로 세상이 매우 시끄럽죠?

오는 3월 집중적으로 열릴 주주총회를 앞두고 기업들도 또 다른 시민운동에 긴장하고 있어요. 바로 '소액주주운동' 이라는 것때문이죠.

사람들은 증권시장에서 주식을 사고 팔지요. 주식을 산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요?

주식을 산 비율만큼 그 회사의 주인이 된다는 것을 말해요. 0.1%의 주식을 샀다면 0.1%만큼 그 회사의 주인이 되는 겁니다.

이렇게 적은 양의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소액주주라고 하지요. 회사에는 이런 소액주주만 있는 게 아닙니다.

회사를 세운 사람과 그 가족들처럼 주식을 많이 갖고 있는 대주주도 있어요. 큰 회사의 경우 소액주주와 대주주 중 누가 더 큰 주인일까요? 대주주라고요?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에요. 재벌의 경우 회장이 갖고 있는 주식이 계열사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대라고 해요. 나머지 90%는 소액주주의 몫이지요. 그러니 대기업의 큰 주인은 대주주가 아니라 소액주주라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소액주주가 대기업의 주인행세를 할 수가 없는 경우가 많았어요. 보통 주식을 수백만주씩 발행하니까 소액주주도 수십만명까지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주주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경영자가 돈을 어떻게 쓰는지, 회사를 잘 운영하는지' 감시하기가 어려운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경영자는 자신을 사장 자리에 앉히거나 끌어내릴 수도 있는 대주주의 입맛에 맞게 일할 가능성이 높아요. 소액주주에게는 손해가 가더라도 대주주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할 겁니다.

소액주주들이 90%의 주식을 갖고 있는 회사 ㉮에 1천만원짜리 건물이 있다고 해요. 1천만원 가운데 9백만원은 소액주주들의 몫이고 1백만원이 대주주의 몫일 겁니다.

이 회사의 대주주는 다른 회사 ㉯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봐요. 그런데 만약 ㉮회사가 ㉯회사에 이 건물을 5백만원에 팔았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회사는 5백만원이나 손해를 보지만 ㉯회사는 5백만원 이익을 남길 겁니다.

이렇게 되면 ㉮회사의 소액주주는 4백50만원을, 대주주주는 50만원을 손해 보겠지요. 하지만 ㉮회사 대주주는 자신이 갖고 있는 회사 ㉯가 5백만원이나 이익을 챙겼기 때문에 4백50만원의 이익이 남게 되지요. 결국 소액주주가 손해본 4백50만원이 고스란히 대주주에게 넘어간 셈이 되는 겁니다.

이를 '부당내부거래' 라고 하지요. 이런 문제점 등을 고치고 감시하면서 소액주주의 이익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몇 년전부터 시민단체가 펼치고 있는 운동이 소액주주운동이에요.

시민단체는 소액주주들로부터 "시민단체가 내 대신 주주로서 활동하는 것을 인정한다" 는 위임장을 받아 나쁜 짓을 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영자에게는 소송을 통해 돈을 받아내고(주주대표소송), 주주총회에서는 회사의 경영상 문제점을 꼬집기도 하지요. '

주주총회는 국가 기관으로 보면 국회라고 볼 수 있어요. 나라의 경영전략을 꼼꼼히 살피고 정부의 잘못된 결정을 지적하는 것이 국회라면' 주주총회는 장사를 해 이익을 남겼는지,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지 주주들 앞에 공개해 평가받는 자리지요. 이런 주주총회에선 한 주가 한 표입니다.

주식을 0.1% 갖고 있는 것과 10%는 큰 차이가 나지만 0.1%주주가 10명 모이면 1%가 되고 1%가 10명 모이면 10%가 되지요. '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큰 강을 이룬다' 는 말이 있듯이 소액주주가 뭉치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소액주주운동이 기업의 나쁜 관행을 고치는 등 좋은 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활동에 방해가 된다고 보는 전문가도 많아요. 지나친 소액주주운동은 시장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각각의 경영행위에 대해 일일이 소액주주들이 문제삼고 소송을 제기한다면 경영의 효율성 떨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주주총회가 국회와 같다고 해서 의원(주주)들이 장관(이사)을 불러다 놓고 매일 혼내기만 한다면 국가(기업)의 일이 제대로 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 이치지요.

또 소액주주는 장기적으로 회사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보다는 단기적으로 얼마나 이익이 날 지에 신경쓸 가능성이 높지요. 따라서 회사에서 수익금을 얼마나 나눠줄 지, 주가는 얼마나 오를지 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경영진은 중장기적인 투자처럼 실패할 위험이 뒤따르는 일은 안하려 하고 짧은 시간에 얼마나 이익을 올릴 지에만 관심을 갖게 될 겁니다.

성공에 대한 보상은 없고 실패에 대한 책임만 따른다면 누가 과감한 투자를 해서 큰 돈을 벌려하겠어요. 실패하면 주주총회에서 크게 혼날 텐데요. 차라리 큰 돈 안들이고 일하려 할 겁니다.

이렇게 되면 회사는 결코 큰 돈을 벌 수 없게 되고 결국 주주들에게 손해가 가게 되지요. 이처럼 좋은 뜻에서 시작된 소액주주운동도 지나치면 오히려 해가 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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