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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웨딩 하실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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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인 지난 4일 오후 1시 서울 마포구청 예식홀에서는 특이한 결혼식이 열렸다. 신부는 한지와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깔끔한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신부가 손에 든 부케도 뿌리가 붙어 있는 살아있는 꽃(사진)이었다. 예식 후 화분에 옮겨 심을 수 있게끔. 홀의 장식도 꽃바구니 대신 화분으로 했다. 그 화분들은 예식이 끝난 뒤 하객들에게 답례품으로 전달됐다. 하객들에게 제공한 음식도 유기농 음식이었다. 또 남은 음식을 싸갈 수 있도록 포장도 해줬다.

 몇 년 전부터 우리 주변에 조금씩 퍼져가고 있는 에코웨딩(Eco-wedding)의 모습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인 결혼식에 ‘환경보호’라는 의미를 담는 커플이 조금씩 늘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 의류업체로 에코웨딩을 주관하는 ‘대지를 위한 바느질’의 이경재(31·여) 대표는 “2006년 9월 첫 에코웨딩 부부가 탄생한 이래 이번이 54번째였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들어 성수기에는 한 달에 서너 커플이 에코웨딩을 하고 있다. 아직은 낯설지만 머잖아 자리잡을 것이라는 기대다.

 국내에서 한 해 결혼하는 커플은 34만쌍. 엄청난 양의 꽃이 그날 단 한번 사용되고는 버려지고, 웨딩드레스는 단 한번 입혀지고는 장롱 속으로 들어간다. 커플당 400명꼴의 하객이 찾는다고 했을 때 연인원 1억3600만명이 먹고 남긴 음식물 쓰레기의 양도 엄청나다. 숫자로 따져보면 결혼식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는 연간 4930만t이며, 이를 흡수하려면 30년생 백합나무 4억5650만 그루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앙일보와 환경부는 지구를 살리고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에코웨딩을 확산하기 위한 캠페인 ‘아름다운 첫 시작, 에코웨딩’을 이달부터 시작했다. 중앙일보는 3일 개설한 캠페인 사이트(http://ecowedding.joinsmsn.com)에서 에코웨딩을 소개하고, 친환경상품과 녹색소비에 관한 정보도 제공한다. 결혼식을 에코웨딩 방식으로 치르겠다는 서약을 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나만의 에코웨딩이란’에 답을 보내온 예비 신혼부부 중에 우수 커플을 선정해 리바트 가구(195만원 상당) 등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이어나갈 계획이다. ‘대지를 위한 바느질’은 웨딩드레스를 평상시에도 입을 수 있게끔 수선해준다.

 환경부 황계영 녹색기술경제과장은 “녹색소비는 녹색성장의 중요한 축”이라며 “에코웨딩을 통해 녹색소비 문화가 확산되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캠페인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대지를 위한 바느질’이 후원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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