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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텔 '상식' 깬 사원모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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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장점은 뭘 모르거나 목표가 있으면 끝까지 해보는 오기와 흔히 말하는 ‘깡’이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너무 나간다는 것과 한번 빠지면 푹 빠지는 성격이 고쳐야 할 점입니다. 퍼스컴 3급·4급 자격증을 갖고 있고 PC통신에서 시삽활동을 하고 있어요. 물론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고 남들이 깜짝 놀랄 만한 오락 실력을 자랑합니다. 저는 BBS동호회·자료실 기획·고객지원을 하고 싶어요.그리고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돼 돈을 많이 번 뒤 인터넷 서비스 벤처기업을 세우는 것이 저의 희망이지요.”

지난 14일 마감된 유니텔의 신입·경력사원 모집에 지원한 중학교 2학년 김모(14)
군의 자기소개서다.

유니텔이 7일부터 학력·전공·나이에 상관없이 사원을 모집하자 중학생부터 미국 유명대학 박사까지 다양한 사람이 지원했다. 1백20-1백80명 모집에 무려 4만2천여명이 지원해 분야별로 최저 2백30대 1에서 최고 3백50대 1의 경쟁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사원 모집에는 대기업 이사·은행 지점장·벤처기업 사장·변호사·프로게이머·해커·기자·공무원 등 수십여 직업군의 사람이 몰렸다.

특히 유니텔과 어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변호사들도 상당수 지원했다고 한다.

유니텔의 인사담당 김태균(金泰均)
과장은“구체적으로 법무담당을 뽑는다고 발표하지 않았지만 많은 변호사들이 기업인수·합병과 국내외 투자 등을 담당하기 위해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벌·전공·나이 등 틀에 박힌 조건보다는 실제 능력을 중시하는 새로운 채용 풍속도가 인터넷 사업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이번 모집에서 고졸 이하 학력자가 전체 지원자의 26%인 1만1천여명에 달했다. 특히 중·고등학교 재학생이 20여명이나 지원했으며 대학 재학생도 1천4백여명이나 됐다. 학위보다는 전문실력으로 무장한 ‘무서운 아이들’이 인터넷 산업으로 급속히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난해 선정한 4백대 기업의 최고경영자중 고졸 또는 대학 중퇴자는 전체의 15%인 58명이지만 이들의 평균 순자산은 4백대 기업의 전체평균보다 1.7배나 많고 동부 8개 명문대학인 아이비리그 출신보다 2배나 많다고 밝혔다.

포브스는 이와 함께 세계 최대의 부자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 하버드대를 중퇴하지 않고 다른 동기들처럼 졸업장을 받고 대학원에 진학했다면 오늘의 성공을 이룰 수 있었겠는가라고 반문하고 첨단·벤처업종을 중심으로 학력파괴 바람이 일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런 현상이 이제 남의 얘기가 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윤종언(尹鍾彦)
산업경제연구실장은“우리나라의 단점으로 지적돼 왔던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유연하게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앞으로 능력있는 젊은이들이 기업을 찾거나 창업하는 일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창규 기자<teente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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