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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음악 전성기 오려나

중앙일보

입력

김광석 프로젝트 밴드(윤도현.이정열.서우영.엄태환)가 오는 18일 한 무대서 콘서트를 연다. 제목은 이른바 'OST 콘서트' 다. 26일 개봉되는 영화 〈산책〉에서 음악을 연주했던 이들이 개봉을 앞두고 영화의 주제곡과 사랑의 테마곡 등을 같은 무대에서 노래, 연주하는 것. 국내 영화계에서 좀체 없던 새로운 현상이다.

한국 영화음악이 전성기에 돌입하는 걸까. 요즘엔 개봉영화가 있는 곳에 영화음악 음반(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이 반드시 있다. OST는 각기 독특한 개성으로 영상과는 또다른 느낌으로 영화의 성격을 드러내 준다.

최근 개봉된 〈반칙왕〉도 독특한 영화음악으로 주목을 끈 경우. 일탈을 꿈꾸는 소시민의 삶을 레슬링을 소재로 코믹하게 그려낸 이 영화는 국내 인디 밴드인 어어부 밴드가 연주, 노래했다. 옛날 유랑극단의 음악을 연상시키는 멜로디에 상식을 깨는 듯한 걸쭉하고도 장난스러운 보컬이 영화의 코믹한 분위기와 맞물렸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은 판소리를 중심으로 한 영화의 특성 그대?명창 조상현의 소리를 담아내 OST를 펴냈다. 여기엔 '사랑가' 를 비롯, '이별가' '옥중상봉' '권주가' 등 모두 22대목(곡)의 노래가 담겼다. 최근 개봉됐던 〈해피엔드〉나 〈텔미 썸딩〉 〈거짓말〉 등도 삽입곡들이 귀를 기울이게 했던 영화들로 꼽힌다.

한국 영화 OST의 가장 큰 특징은 창작곡이 드물고 '올드 팝' 이나 '히든 팝' 을 사용한다는 점. 국내에 'OST 열풍' 을 몰고 온 〈접속〉 의 '어 러버스 콘체르토' 나 '쉬리' 의 '웬 아이 드림' 도 그런 경우다. 이밖에 지난해 개봉된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는 비지스의 '홀리데이' 를 다시 히트시켰다. 작곡보다는 선곡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영화음악의 현실을 잘 보여 준다.

"영화음악은 영상과 맞물려 극적인 효과를 더 높이고 그 완성도를 통해 독립적인 상품으로서도 가치를 가져야 하지만 우리 OST는 그것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 한 음악관계자의 비판어린 목소리다.

이에 대해 한 영화 기획자는 "영화음악에 그다지 비용을 들이지 않기 때문에 OST를 내서 손해보는 경우는 없지만 상품성에 큰 기대도 하지 않는다" 며 이러한 비판을 수용한다.

보통 영화음악 제작에 할애하는 예산은 적게는 1~2천만원에서 많아야 3~5천만원 정도. 영화음악가들은 "녹음비를 제외하면 거의 남는 게 없다" 고 입을 모은다.

최근 영화음악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음악에 드는 비용을 1억원이 넘게 책정하기도 한다. 음악 이야기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산책' 의 경우는 획기적으로 3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좋은 영화음악을 못 만드는게 아니라 여건 때문에 만들어지지 않는 것" 이라고 말하는 한 영화음악가는 "영화음악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제작자와 감독의 마인드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 말한다. 한국 영화음악, 얼핏 '전성시대' 에 돌입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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