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자연다큐, 수리부엉이 생존 다뤄

중앙일보

입력

1999년 '올해의 PD상' 을 받은 7부작 〈시베리아, 잃어버린 한국의 야생동물을 찾아서〉에서 시베리아 야생호랑이를 추적한 것을 비롯, 자연다큐멘터리 외길로 방송가에 이름난 EBS 박수용 PD가 1년여 동안 공들인 신작 두 편을 내놓는다.

EBS가 17일 오후 8시 방송할 특집다큐멘터리 〈수리 부엉이〉는 동북아시아에만 서식하는 천연기념물 3백24호 수리 부엉이 한 쌍이 주인공.
경남 김해 부엉이골에서 만난 이들이 짝을 이뤄 알을 낳고, 여기서 태어난 수리 부엉이 3형제가 독립할 때까지의 10개월 동안을 제작진은 한 편의 서정적인 드라마로 엮어낸다.

프로그램 도입부, 한 밤의 민가 부근 묘비에 내려앉은 수리 부엉이의 강렬한 눈매는 그 자체로 충분한 시적 이미지를 갖는다. 제작진은 수리부엉이의 생태를 설명하는 나레이션을 자제하는 대신 피아노 선율을 배경으로 수리 부엉이와 밤하늘이 어우러지는 서정적인 장면들을 수묵화처럼 그려낸다.덕분에 시청자는 수리 부엉이의 삶에 몰입하기보다는 담담히 지켜보는 자세를 취하게 된다.

숲속의 토끼, 인근 농장의 닭을 사냥하는 수리 부엉이의 모습은 맹금류답게 잔혹하지만, 이는 그네들의 생존방식일 따름. 3형제 중 숨진 둘째의 시체를 막내에게 먹이는 수리부엉이의 모습이 '비인간적' 이라고 느끼다가도 이 역시 '인간' 의 관점일 뿐임을 깨닫게 한다.

박수용 PD는 "우리네 인간이 가진 생각과 다른 새로운 세계가 자연에 있다" 면서 "한 번 발을 내딛으면 빠져나올 수 없는 세계가 자연" 이라고 말한다.

18일 오후8시 방송될 박PD의 또 다른 특집 다큐멘터리 〈한국 야생 호랑이의 흔적을 찾아서〉는 〈수리 부엉이〉의 서정적인 맛과는 달리 그동안 한국에서 벌어진 호랑이 출몰 소동의 흔적을 러시아 전문가를 초빙, 꼼꼼하게 점검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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