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슈퍼리그] 어연순, '늦바람 탔다'

중앙일보

입력

여자배구 한국도로공사팀의 어연순(28)이 '늦바람'을 타고 있다.

팀내 주포임에도 불구, 팀 성적 부진으로 배구인들 사이에 '불운한 선수'로 인식돼온 어연순은 올시즌 슈퍼리그에서 화려한 부활포를 터트리며 팀을 사상 첫 3강에 끌어올렸다.

우승이 아니라 꼴찌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겨운 소모전을 폈던 어연순으로서는 입단 9년만에 처음 맛보는 3강 진출이었다.

팀내 최고참으로 최선을 다한 그녀의 노력은 개인기록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공격종합에서 118점을 뽑아 5위, 블로킹 3위(세트당 0.43개), 오픈공격 3위에 각각 랭크됐고 수비에서도 서브리시브 9위, 공격리시브 11위에 올라 공수에서 '전력의 핵'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올시즌 어연순을 지켜본 실업팀 감독들의 한결같은 평가는 '달라졌다'는 것.

여고 졸업때까지만해도 주목받는 신인이었던 어연순은 20대 중반을 넘기면서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경기도중 자주 코트에 주저앉았고 팀이 패배의 문턱에 이르를때면 후배들에게 짜증스런 표정을 짓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요즘은 밝아졌다.

불과 2년전 팀 해체까지 검토하던 구단이 지난해부터 선수들의 처우를 개선하고매경기 응원단을 동원하는 등 적극적인 '배구단 살리기' 운동을 펼치면서 선수들에게 '운동할 맛'을 안겨준 덕이다.

어연순은 "은퇴하기 전에 반드시 슈퍼리그 우승컵을 가슴에 품는게 꿈"이라고 말하고 "지금처럼만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다면 1-2년내에 목표를 달성할수 있을 것"이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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