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식품업계 전성기 끝났다"

미주중앙

입력

뉴욕타임스 비중있게 보도

30여 년간 식품업계를 장악하며 뉴욕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던 한인 식품업소들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뉴욕타임스는 2일 1면 기사를 통해 옐로캡이나 프레츨 노점상처럼 뉴욕시 일상의 주역으로 인식돼 온 한인 식품업소들이 치솟는 렌트, 온라인이나 대형 마켓과의 경쟁, 각종 단속과 벌금 등을 견디지 못하고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계기사 3면>

신문은 또 교육열이 높은 한인 부모들은 자녀가 전문적인 직업을 갖기 원하기 때문에 업소를 물려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뉴욕한인식품협회와 청과협회에 따르면 한인 그로서리와 델리, 청과업소는 전성기에 비해 최고 20%까지 줄었다.

식품협회는 메트로 지역의 한인 그로서리와 델리 수가 1980년대의 3500여 개에서 지금은 3000여 개로 줄어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회원 수는 1000여 명에서 300여 명으로 감소한 상태다. 이종식 회장은 “소규모 업소들은 수퍼마켓으로 대형화하지 않으면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과협회도 90년대 회원 수가 2500여 명에 달했으나 지금은 2000명 수준이다. 김영윤 회장은 "인건비와 렌트 상승, 규제 심화, 창업비용 증가 등의 요인도 있지만 무엇보다 노점상 문제가 심각하다"며 "요즘에는 매달 2~3곳의 한인 청과업소가 문을 닫고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퀸즈칼리지 민병갑(사회학) 교수는 “이제는 소규모 소매상이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라며 “한인 식품점의 시대는 갔다”고 진단했다.

민 교수는 신규 한인 이민자 수가 88년 3만1600명에서 지난해 4600명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이들은 네일업소 같은 서비스업이나 전문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맨해튼 브로드웨이와 93스트릿에서 부모가 70년대에 시작했던 청과업소를 물려받아 1999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한주환(42)씨의 이야기를 통해 한인 식품업주들의 고충을 소개했다.

한씨는 “부모님이 운영하셨던 이 가게 덕분에 중산층 반열에 진입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렌트 내기도 힘들다”며 문을 닫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씨는 두 아들이 자신처럼 청과업소에서 일하기를 결코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기수·최희숙 기자 kspark206@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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