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후보30% 우먼파워] 어떤 파장 몰고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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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후보 30%를 여성으로 할당하기로 정당법이 개정된데 대해 여성계는 오랜 숙원사업이 이뤄졌다며 일제히 반기고 있다.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정도로 비유돼던 여성의 정계 진출에 일단 교두보가 놓였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토대로 앞으로의 선거에서는 보다 많은 지역구 여성의원을 배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성급한 기대도 낳고 있다.게다가 정치권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이번 30% 할당제는 재계·학계 등 여성참여가 미진했던 분야에도 여성진출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할당제 도입 배경·의미=15대 국회에서 여성 의원의 수는 11명으로 전체 의원의 3.7%를 차지하고 있다.전 세계적으로 꼴찌에 가까운 수준.지난 98년 유엔이 조사한 국가간 여성의원 비율에서 한국은 전세계 1백7개국서 97위를 차지했다.23위인 우간다(18.1%)
,33위인 짐바브웨(14.7%)
,58위인 방글라데시(9.1%)
에 비교해도 부끄러울 정도.

16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30%가 몽땅 여성들에게 할당되고 여기에 지역구를 통해 최소 1∼5석 정도를 보탤 경우 전체의 6∼7% 수준이 된다.아직 아프리카 국가들의 수준에도 못미친다는 얘기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남인순 사무국장은“30% 여성 할당제는 매우 획기적이고 상징적인 제도임에 틀림없다”면서도“실제 여성의원 수를 헤아려보면 여성의 정계 진출은 시작에 불과한 셈”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정치권이 할당제를 도입하기까지는 여성계의 오랜 노력이 있어왔다.

여성계는 지난 94년‘할당제 도입을 위한 여성연대’(공동대표 지은희·정영숙)
라는 범여성적 기구를 발족하고 각 분야의 할당제 도입에 목청을 높여왔다.

여기에 올해 서울의대 입학생의 절반이 여학생을 차지하는가 하면 핀란드를 비롯한 전세계 각국에서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등 성역없는 여성의 사회진출 분위기도 할당제 도입에 한몫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특히 전체 투표의원 중 단 1명의 반대자를 제외한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는 것은 국회에서도 남녀평등이라는 새 시대의 흐름을 수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화여대 조기숙교수(정치학)
는 여성의원들의 우수한 의정활동도 할당제 도입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분석하고 있다.극히 소수임에도 이미경·추미애·김영선·권영자의원 등‘맹장’들이 대정부질의나 청문회에서 보여준 전문성과 기개(?)
가 국민들의 인식을 전환하는데 일정부분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다.

◇파장·문제점=이번 비례대표후보 30% 할당은 여성들의 정계 진출의‘씨앗’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할당제를 통해 정계에 발을 디딘 여성의원들이 경쟁력을 갖춰 지역구로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서다.이번 총선에서도 신낙균·이미경·김영선의원 등 15대 전국구 출신들이 지역구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여성의 정계 진출은 양적인 변화외에도 금권정치·지역정치·패거리 정치를 맑고 깨끗한 정치로 변화시키는데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여성계는 이같은 기대와 희망사항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영입되는 여성인물들이 남성취향의 보수적이고 반여성적일 경우 여성들이 아무리 많아봤자 참된 의미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여성계는“과거 유정회 시절 여성의원들이 ‘들러리’또는 ‘거수기’역할 밖에 못했다”며“이를 막기 위해서는 여성계가 후보를 키워 각 정당에 리스트를 제공하는 방법 등이 보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하나,30% 할당이라 해도 낙선권인 후순위에 집중 배치될 경우 할당제의 의미를 살릴 수 없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문경란 기자 <moonk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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