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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 군데’ 난감 … 김황식 총리 “국회서 얘기 나오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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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황식 국무총리가 31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청소년지도자 간담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김 총리는 2일 열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김황식 국무총리는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등 기업인 16명이 참가하는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KBCSD) 회원들과 만찬을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가던 김 총리에게 기자가 “감사원장 재직 때 압력을 받았다는 ‘오만 군데’가 어디인지 밝힐 것인가”라고 물었다. 김 총리는 “국회에서 얘기가 나오겠지”라고만 했다.

 김 총리는 현재 ‘오만 군데에서 압력을 받았다’는 발언 때문에 난처한 입장에 처해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김 총리가 ‘감사원의 저축은행 감사 결과에 의혹이 없다는 것을 얘기한 것인데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고 전했다.

 정창영 감사원 사무총장은 “김 총리가 감사원장 시절 오만 군데서 청탁·압력을 받았는지는 몰라도 우리에겐 저축은행 감사와 관련해 어떤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총리는 통상 감사위원회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건 자신의 발언이 감사위원들의 감사 결과 심의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2일 시작하는 국회 대정부 질문부터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강도 높은 추궁이 있을 것이라는 게 총리실의 예상이다.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31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총리가 오만 군데를 다 못 밝히겠다면 4만9999군데는 밝혀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여권 관계자도 이날 “이명박 대통령이 이 문제를 돌파하는 데 부담이 되지 않도록 김 총리가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밝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총리실은 구체적인 답변 수위를 놓고 고민 중이다.

 김 총리 측근들은 “총리가 ‘저축은행 업계’와 보도를 통해 알려진 ‘금융당국’으로부터 ‘봐달라’는 취지의 청탁이 있었다는 정도를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당시 감사원은 금융권으로부터 ‘이제 감사원이 금융감독 권한까지 가지려는 거냐’는 압력을 받았다”며 “고위직부터 실무선까지 다양한 루트로 얘기가 들어와 김 총리가 ‘오만 군데’로 표현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 총리는 자신에게 전화를 한 인사들의 이름을 거론하진 않을 전망이다. 곳곳에서 전화가 걸려오긴 했으나 결국 ‘실패한 로비’였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저런 청탁과 부탁을 받았지만 철저한 감사를 지시했고, 그에 따라 감사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을 납득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란 얘기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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