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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없는 필드, 2위가 ‘왕’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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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미남 골프 스타 박상현(28·앙드레김·사진)이 반란을 꿈꾸고 있다. 2일 경기도 용인의 지산골프장에서 벌어지는 KGT 스바루 클래식에서다. 박상현은 상금랭킹 2위로 1위 김경태(25·신한금융그룹)와 500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이번 대회 우승상금은 1억원이다. 김경태는 일본 대회에 나가느라 자리를 비운 상태다.

 국내 투어는 물론 일본과 유럽·미국 투어를 다니는 김경태와 박상현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박상현에게 1위는 매우 중요하다. 박상현은 “어느 무대에서든 1인자가 되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한 투어를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어느 투어에 가도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리 있는 말이다. 지난달 30일 62세의 나이로 시니어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톰 왓슨(미국) 등 골프의 현자(賢者)들은 “볼을 잘 치는 것과 이기는 법을 아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했다. 미셸 위는 또래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경기를 끝내는 능력을 배워야 한다는 충고를 거부하고 어린 나이에 성인 남자대회에 나갔다가 길을 잃고 헤맸다. 한국의 젊은 유망주들도 이기는 법을 모른 채 해외로 나가 방황하는 선수가 적지 않다. 한국 남자 골프에서 끝내기 방법을 알고 해외로 나간 선수는 최경주·양용은·김경태 정도다.

 박상현도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 찬스에 강하고 끝내기를 할 줄 안다. 박상현은 “특별히 뛰어난 샷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략이 남보다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상금이 많은 발렌타인 챔피언십에서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2007년에는 전투경찰로 복무하다 휴가 중 Q스쿨에 합격했다. 베테랑도 1m 퍼트에 벌벌 떤다는 Q스쿨을 군복무 중 통과하는 것은 기적적인 일이다. 군 전역 후인 2008년 마지막 대회 KPGA 챔피언십에 결원이 생겨 나갔다가 준우승을 했다. 2009년에는 굵직한 대회인 SK텔레콤 오픈 등에서 2승을 거뒀다.

 올해 SK텔레콤은 아쉬웠다. 악천후 때문에 4라운드가 취소되지 않았다면 박상현의 역전 끝내기를 감상할 수도 있었다. 그는 이 대회에서 3위로 경기를 끝냈다. 요즘 분위기로 보면 박상현이 상금 1위에 오를 가능성은 크다. 박상현은 올 시즌 6개 대회에 나가 톱 5에 세 번 들었고 모든 대회에서 15위 이내에 들었다. 최근 2경기에서 3위와 4위를 했다. 김경태·김대현 등이 빠진 이 대회에서 박상현은 독보적인 거인이다.

 대회는 J골프에서 생중계한다. 중계시간은 1~3라운드는 오후 3시부터 6시, 최종라운드는 오후 2시30분부터 6시까지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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