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부터 뇌사 공식인정…어떻게 달라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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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뇌사가 공식인정되고 뇌사자 장기이식이 합법화된다.

1999년 뇌사 등 장기이식에 관한 법률안이 처음 국회를 통과한 뒤 1년간의 경과기간을 거쳐 1일 국무회의에서 구체적인 시행령이 의결됐던 것. 이로써 88년 국내 최초로 뇌사자 장기 이식술이 실시된 이래 처음으로 뇌사자 장기 이식이 불법행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가장 큰 변화는 장기의 수급과 분배를 99년 8월 개설된 국립의료원 산하 국립 장기 이식 관리센터를 통해 국가가 직접 통제하게 된 것. 지금까진 사랑의 장기 기증 본부 등 민간단체와 특정 종합병원이 뇌사자 가족을 상대로 장기 기증 동의를 얻은 뒤 적출된 장기를 직접 환자에게 이식해왔다.

그러나 앞으로 발생하는 뇌사자는 모두 국립 장기 이식 관리센터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국립 장기 이식 관리센터는 뇌사자의 장기를 혈액형이나 조직 적합형이 일치하는 등 의학적으로 이식이 가능한 환자들에 대해
과거 장기를 기증한 경험이 있을수록
나이가 어릴수록
대기기간이 길수록
응급상황일수록 우선적으로 분배한다.

뇌사자의 발생지역도 고려된다. 서울을 비롯한 인천.경기.강원.제주를 1권역, 충청도와 전라도를 2권역, 경상도를 3권역으로 분류해 장기를 기증하기로 한 뇌사자의 권역에 거주하는 환자에게 우선권을 준다. 물론 수혜자와 기증자는 신원이 공개되지 않는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 박경호과장은 "콩팥이나 부분 간이식술 등 살아있는 사람이 하는 장기 기증은 국립 장기 이식 관리센터를 통하지 않아도 되며 자신이 기증하고 싶은 사람을 직접 지정할 수 있다" 고 밝혔다.

하지만 16세 이상 미성년자는 본인이 동의해도 배우자.부모나 자녀.형제자매.4촌이내 친족에게만 장기 기증이 허용되며 반드시 부모의 허락을 얻어야한다.

뇌사자의 장기적출은 배우자나 부모, 14세 이상 자녀나 형제.자매의 동의를 통해 가능하며 뇌사자가 생전에 장기 기증에 동의했더라도 가족이 반대하면 거부할 수 있다.

뇌사판정은 신경과 전문의를 포함한 3명 이상의 전문의와 종교인.법조인 등 7~10명이 참여한 전국 50여개 병원의 뇌사판정위원회에서 3분의2 출석과 출석위원 전원의 찬성으로 이뤄진다.

처벌규정이 엄격해진 것도 특징. 16세 미만으로부터 장기를 적출하거나 본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장기를 적출한 경우 무기징역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타인의 장기를 밀매하거나 교사.알선.방조하는 경우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이번 뇌사인정에 대해 때늦은 감도 있다는 지적도 많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뇌사인정이 오히려 장기기증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 국립 장기 이식 관리 센터 관계자는 "지금까진 병원이 기증장기를 원하는 환자에게 직접 이식할 수 있어 병원에서 뇌사자 가족들에게 장기기증을 적극적으로 권유해 왔지만 국가가 장기분배를 독점함에 따라 병원의 입장에선 동기를 상실하게 됐다" 고 우려했다.

당국의 무성의한 준비도 문제다.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은 전국적으로 5만여명으로 추산되지만 현재 국립 장기 이식 관리 센터에 등록된 대기환자는 고작 2천여명. 서울중앙병원 장기 이식센터 코디네이터인 하희선간호사는 "병원에서 국립 장기 이식 관리 센터에 대기환자들을 보고하는 인터넷 프로그램이 1일에야 개통됐다" 고 밝혔다.

비용에 관한 문제도 있다. 장기를 적출하는데 드는 비용은 모두 수혜자 부담이다. 문제는 장기별로 보험혜택이 다르다는 것. 콩팥이나 각막의 경우 보험적용이 되지만 심장이나 간의 경우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이식 수술외 장기 적출비용만 1천만원 가까이 내야한다.

뇌사판정 절차가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비판도 있다. 서울중앙병원 일반외과 한덕종교수는 "뇌사자가 발생할 때마다 뇌사판정위원회가 따로 구성돼 복잡한 판정절차를 거쳐야하는 등 절차가 너무 경직돼 있어 소중한 장기가 자칫 훼손될 우려가 있다" 고 경고했다.

뇌사 직후 하루나 이틀만 경과해도 장기가 손상돼 쓸모가 없어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효율적인 장기이식을 위해선 인원의 축소및 절차의 간소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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