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머리칼·손톱이라도 광주에 묻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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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서방 세계에 처음으로 알린 독일의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68)가 14일 광주를 찾았다. 그는 5.18 당시 독일 제1공영방송 ARD-NDR의 일본특파원으로 광주 현지의 분위기를 영상에 담았다.

광주 민주화운동 25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부인과 함께 방한한 그는 강연회 등을 통해 자신이 목격한 당시의 참상을 생생하게 전할 예정이다. 15일부터 18일까지 5.18 기념문화관에서 열리는 '광주국제평화캠프' 에 참석해 국내외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개최하는 '국가 폭력과 공동체의 갈등' 등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토론을 벌인다. 17일 오후 전남도청 광장에서 열리는 5.18 전야제와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및 광주인권상 시상식 등에도 참석한다. 19일에는 5.18 당시의 공로를 기려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가 주는 제2회 이달의 카메라 기자상(특별상)도 받는다.

지난해 5월 심장 질환으로 쓰러진 뒤 "사후 광주에 안장되고 싶다"고 밝혀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힌츠페터는 "몸이 광주에 묻힐 수 없다면 다른 상징적인 방법으로라도 광주를 기억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 있을 때 잘라놓은 머리카락과 손톱을 봉투에 담와 왔는데 국립묘지에 묻을 수 있는지 5.18재단 등과 상의해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당시 계엄 하에 있었고 외국의 언론인들도 검열 때문에 취재가 쉽지 않았다"면서 "녹음자료와 필름을 몰래 빼돌려 일본 지사에 전달하는 방법으로 당시의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광주=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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