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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지천명…노년기 건강을 위해 버리고 시작하고 바꿔야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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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정에서 나이 50은 건강에 커다란 분수령이다. 갱년기로 접어들면서 모든 장기의 기능 저하가 총체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젊었을 때는 대수롭지 않던 질환이 중증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소모성 질환은 물론 암의 발생 빈도 또한 높아진다. 건강해야 할 노후가 질병으로 힘겨워지는 것이다. 약에 의존하거나 병상에 누워 남의 수발을 받으며 평균수명을 누리는 것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일 수 있다. 건강은 노력하기 나름이다. 시간을 내 운동을 하고, 음식을 조절하며, 조기 검진으로 질병을 초기에 잡아야 한다. 노후의 건강을 위해 50대에 ‘버려야 할 것’과 ‘시작해야 할 것’, 그리고 ‘바꿔야 할 것’은 무엇일까.

고종관 기자

50대는 건강한 노년을 결정짓는 갈림길이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건강 100세가 좌우된다. [중앙포토]

버려야 할 것

‘생애 건강주기’라는 것이 있다. 일생을 살면서 몸의 건강 상태가 크게 바뀌는 전환기를 말한다. 유아기·청소년기·청년기·중년기·노년기로 나뉘는 생애 건강주기는 시기별로 관리 요령이 다르다. 이 중 중년기는 노년의 건강한 삶을 위해 초석을 다지는 시기다. 이때 건강을 잘 관리하면 성인병을 모르고 무병장수할 수 있다.

인제대 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50대 이후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건강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가장 먼저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은 나쁜 건강습관과의 이별”이라고 말했다.

질병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촉발인자는 흡연과 고지방·고열량 식사다. 고칼로리 식단과 흡연은 서로 상승작용을 하며 대사증후군이라는 ‘죽음의 4중주’를 연주한다. 이른바 내장지방, 고지혈증, 당뇨 전 단계인 내당능 장애, 그리고 고혈압이다.

암 발생 역시 담배와 비만이 ‘방아쇠’가 될 수 있다. 실제 전체 암 발생의 30%가 흡연에 기인한다. 암 억제유전자가 취약한 사람이 담배를 피우면 발암 가능성을 높일 뿐 아니라 발암 시기도 앞당긴다.

과음도 과감하게 버려야 할 습관이다. 간염이나 간암은 술이 직접적인 촉발 인자다. 습관성 음주자라면 간암 발병률이 2배 이상 높고, 여기에다 간경변과 B형 또는 C형 간염보균이 발암 가능성을 배가시킨다.

만성췌장염은 대부분 술이 주범이다. 급성췌장염 역시 원인의 30~40%는 음주다. 이 밖에도 술은 골다공증·치매·뇌졸중·통풍·당뇨병 등 열거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많은 질병을 뒤에서 조종한다.

강 교수는 “50세가 넘으면 우리 몸의 저항력이 약해져 질병 유발인자에 버틸 힘을 잃게 된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위험인자를 피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시작해야 할 것

생애주기를 알았다면 건강설계를 해야 한다. 버릴 것이 있다면 이제라도 시작할 것이 있다. 하나는 운동이고, 또 하나는 질병의 조기 발견을 위한 노력이다.

운동 효과는 신체에 놀랄 만한 변화를 가져온다. 혈관의 노폐물이 걷히면서 혈관 관련 질환이 모두 사라진다. 고혈압·심근경색·뇌졸중의 위험은 물론 성기능까지 개선된다.

또 운동은 근골격계를 강화시킨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는 “골다공증은 물론 낙상을 예방할 뿐 아니라 자칫 우울감에 빠질 수 있는 중·노년기에 행복감과 자신감을 선사한다”고 말했다.

건강검진은 건강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질병 예방에 힘쓰더라도 가족력이나 환경유해물질이 암과 성인병을 예고할 수 있다. 불가항력적인 질병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이 조기발견·조기치료인 것이다.

요즘 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90%를 넘는다. 특히 한국인에게 호발하는 위암·대장암·간암이 그렇다. 여성은 3대 암인 자궁경부암·자궁내막암·난소암에 유의하면서 폐경을 슬기롭게 넘겨야 한다.

건강검진을 받을 때 소홀히 하는 부위가 뇌다. 증상이 있어야 병원을 찾다 보니 치매와 뇌졸중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다행히 요즘엔 이들 질환을 초기에 찾아내는 영상의학이 빛을 발하고 있다.

가천의대 길병원 뇌건강센터 윤방부 소장은 “뇌졸중이나 혈관성치매 뇌혈관질환을 초기에 발견하고, 치매·파킨슨 등 뇌신경 질환도 조기에 진단한다”며 “50대부터 뇌건강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노년층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도 이때부터 관리해야 한다. 퇴행성 관절염이나 척추관협착증 등 근골격계 질환과 노안·난청·어지럼증·전립선비대증(남성)·요실금 등이 그것이다.

세란병원 오덕순 관절센터장은 “초기 증상을 방치하면 퇴행성이 빨리 진행돼 평생 질병을 달고 살아야 한다”며 “요즘은 의술이 발달해 대부분의 노화관련 질환은 초기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바꿔야 할 것

고령화 시대엔 인생을 길게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긍정적인 마음과 여유를 갖고 삶을 보는 시각을 바꾸라는 것이다. 이러한 삶의 태도는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스트레스는 자율신경계 및 내분비계·면역계 등 건강유지 시스템을 깨뜨려 질병에 걸리기 쉬운 취약한 몸을 만든다.

인제대백병원 정신과 우종민 교수는 “경쟁적이고 완벽한 성격은 항상 교감신경이라는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있는 것”이라며 “인체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인생관을 느긋하게 바꿀 것”을 주문했다.

50대 이후엔 일보다 휴식, 그리고 충분한 수면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생체리듬에 맞는 생활패턴을 유지해야 한다. 한국 성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15분에 불과하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홍승봉 교수는 “수면이 부족하면 포도당 대사 속도가 느려지고 코르티솔이 증가한다”며 “이로 인해 혈당 증가·면역력 약화·골다공증·지방 축적·신체 노화 등 각종 건강상 문제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사람과의 관계 즉, 만나는 사람도 바꿔야 한다. 예컨대 술 친구 대신 건강관리를 잘하는 친구를 가깝게 지내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주위에 건강을 항상 문의할 수 있는 의사친구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이 나이 때쯤이면 자녀가 결혼을 해서 부모 곁을 떠났거나 떠날 준비를 한다. 마음이 허전해지는 ‘빈 둥지 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

게다가 남성은 남성호르몬이, 여성은 여성호르몬이 급감하면서 성(性)의 정체성도 흔들린다. 직장 은퇴시기와도 맞물려 경제적인 위축감과 함께 무력감이 나타날 수 있다.

강재헌 교수는 “몸과 마음이 허약해지는 중년기 이후엔 건강이 가장 중요한 삶의 ‘덕목’”이라며 “부부가 서로의 마음과 몸의 건강 반려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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