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인 이상 기업 준비는…] 버스회사선 근무 줄여 주 6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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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병원이 주 5일제를 도입할 경우 14%의 비용 상승 압력이 발생한다. 노조는 인건비 삭감 없는 주 5일제를 주장하지만 받아들이기 어렵다."(이성식 소화아동병원장)

"지난해 주 5일제를 도입한 병원들은 경영상 별 문제가 없었다. 올해 주 5일제를 도입하면서 임금 등 근로조건이 후퇴하지 않아야 한다."(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정책기획실장)

주 5일제 비상이 걸렸다. 7월 1일부터 근로자 300명 이상 1000명 미만 사업장과 정부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로까지 주 5일제(주 40시간제)가 확대 실시된다. 올해 주 5일제를 도입해야 하는 민간 사업장은 1390곳(69만7678명). 지난해 실시된 1000명 이상 사업장까지 포함하면 전체 근로자의 30% 정도가 주 5일제를 적용받게 된다.

이렇게 주 5일제가 코앞에 닥쳤지만 해당 사업장들은 인건비 증가 등 추가 부담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주 5일제를 도입한 1000명 이상 대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아 재정면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태다. 반면 노동계는 근로조건 후퇴 없는 주 5일제를 요구하고 있어 이 문제가 올 임금.단체협약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6일 근로시간 단축을 앞두고 있는 기업 669곳에 예상되는 어려움을 묻자 50.3%는 '인건비 증가', 23%의 기업은 '단체협약 변경에 따른 노사 갈등'을 꼽았다. '어려움이 없다'는 응답은 2.9%에 불과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올해 주 5일제를 도입해야 하는 기업의 임금협상 타결률은 부진한 상태다.

노동부에 따르면 300명 이상 1000명 미만 사업장의 지난달 말 기준 임금협상 타결률은 7.8%로 전년(10%)보다 낮았다. 반면 지난해 임단협에서 주 5일제 문제를 정리한 1000명 이상 대기업의 타결률은 8.86%로 전년(8.47%)보다 높아졌다.

서울시 버스 노사협상에서도 주 40시간제 도입 문제로 파업 위기까지 갔다가 8일 가까스로 타결됐다. 버스노조는 주 6일 근무를 하되 승객이 없는 심야와 새벽.한낮의 버스 운행 대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근로시간을 주 40시간으로 단축하는 데 합의했다.

7월부터 이 제도를 도입하는 K석유화학은 4조 3교대로 365일 공장을 풀가동, 인력을 대폭 늘리지 않는 한 근로시간 단축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이 회사는 근로시간 단축 대신 수당으로 보전해 주기로 방향을 잡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연간 6억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들어가지만 노조와의 갈등을 원만히 해결한다는 차원에서 회사가 더 부담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노동교육원 신건호 차장은 "올해 주 40시간제를 도입해야 하는 기업들은 여건이나 준비 상태가 지난해 도입한 대기업들에 비해 떨어져 임단협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철근.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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