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헤르만 반롬푀위(사진)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수준급의 ‘하이쿠’(일본 전통시)를 선보였다. 이날 EU 본부에서 열린 EU·일본 정상회의 기자회견에 나선 반롬푀위 의장은 회견 말미에 “하이쿠로 회견을 마감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영어로 “(지진·쓰나미·원전사고의) 세 가지 재해가 있었네. 폭풍은 부드러운 바람으로, 또 새롭고 따뜻한 바람으로 변했네”라고 읊었다. 3·11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를 겪은 일본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내용이었다.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는 즉석에서 “폭풍이 지난 자리, 따뜻한 마음만이 남았네”라고 일본어로 번역했다. 현장의 일본인 취재진이 박수를 보냈고, 간 총리는 “마음에 절절이 와 닿는 하이쿠”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하이쿠는 5-7-5의 3구 17음절로 된 일본 고유의 짧은 시다. 계절을 드러내는 서정과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글로 표현하는 문학장르다. 일본 정부는 1980년대부터 국제하이쿠교류협회를 통해 전 세계에 하이쿠를 소개, 현재 50여 개국에 보급돼 있다. 일본 내 각종 하이쿠대회에도 국제 부문을 마련해 영어와 프랑스어권 등 외국인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벨기에 총리 출신인 반롬푀이 의장은 10여 년 전 하이쿠에 매료돼 2005년부터 자신의 블로그에 자신이 쓴 하이쿠를 게재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네덜란드어와 영어·프랑스어·독어·라틴어로 된 하이쿠 시집을 출간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