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맥 있는 20~30대, 격렬한 운동은 ‘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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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호 15면

프로축구 신영록 선수가 지난 8일 경기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 2000년에 프로야구 임수혁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쓰러져 식물인간이 돼 투병 9년 만에 사망한 일이 있었기에 더욱 놀라게 됐다. 두 선수 모두 심장의 부정맥이 쓰러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원장원의 알기 쉬운 의학 이야기

운동은 양면의 칼과 같다. 평소 꾸준히 운동하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할 수 있지만 간혹 과격한 운동을 하다 오히려 심장마비가 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자료에 의하면 고등학교 운동선수의 경우 매년 2만3000명당 1명꼴로 갑작스럽게 심장마비가 발생한다고 한다.

운동선수가 운동 중 심장마비를 당하는 경우 35세 이전은 대부분 심실세동 같은 심각한 부정맥 때문이다. 심실세동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가장 흔한 것이 비대심근병 같은 심장의 선천적 이상이며, 그 외에도 선천적 관상동맥 기형, 판막질환 등 다양하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심장마비가 오는 선수들의 약 2%에서는 심장의 구조적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데, 이 경우 신영록 선수에게서 의심되는 브루가다 증후군 같은 부정맥이 심실세동으로 진행돼 심장마비가 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브루가다 증후군은 운동 도중 심장마비가 발생하는 경우가 드문 편이며 주로 밤에 잘 때 더 흔하게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35세 이상의 운동선수가 운동 중 심장마비를 당하는 경우는 대부분 관상동맥에 발생한 죽상경화증 때문이다.

그렇다면 운동선수들에게 사전에 검사하면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를 줄일 수 있을까? 많은 운동 선수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하는 것도 어려울 뿐 아니라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을 확률은 0.2~0.3%에 불과하기 때문에 효과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든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심전도 검사를 받게 되면 7% 정도는 심장에 문제가 없음에도 이상 소견을 보이게 되어 불필요한 추가검사를 받게 될 위험이 있다.

증상이 있었던 사람만을 대상으로 검사하면 되지 않나 생각할 수 있지만 돌발 심장마비가 발생하는 젊은 선수들의 60~80%는 과거에 증상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다.

사전 검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심장마비가 왔을 때 얼마나 빨리 조치를 취하는가다. 즉 심장마비가 온 순간부터 제세동기(심장 전기충격기)를 사용할 때까지의 시간이 중요하다. 제세동 시작 시간이 1분 늦어질 때마다 생존할 확률이 7~10%씩 감소한다. 심장마비가 온 사람을 발견한 사람이 심폐소생술을 즉시 시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급적 빨리 제세동기를 가져다 심장 전기충격을 주어야 한다. 35세 이전의 운동선수가 운동 중 갑자기 심장마비가 오는 경우는 어떤 원인이든 결국 심실세동 같은 심각한 부정맥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실세동은 심실이 약하고 빠르고 불규칙하게 뛰는 것으로, 그 결과 심장에서 혈액을 전신으로 공급하지 못하고 심장마비·뇌사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제세동기는 이러한 심장의 잔떨림을 전기충격을 통해 정상 박동으로 되돌려 준다.

20, 30대 연령이면서 평소 과격한 스포츠를 즐기는 일반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정맥이 있거나 운동 중에 흉통이나 호흡곤란이 있는 경우, 가족 중에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가 있었던 경우 등은 가급적 과격한 운동을 삼가고 의사의 진찰을 먼저 받아보는 것이 좋다.

TV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독고진(차승원 분)처럼 심박측정기를 차고 다니지는 않더라도 자신의 심박수가 얼마나 되는지, 불규칙하지는 않은지 가끔은 점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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