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의, 사르코지를 위한 G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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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프랑스 북부 도시 도빌에서 열린 제29회 G8(주요 8개국) 정상회의에서 의장인 니콜라 사르코지(Nicolas Sarkozy·사진) 프랑스 대통령의 역할이 돋보였다. 독무대나 마찬가지였다. 핵심 의제에도 프랑스의 입장이 충실히 반영됐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의 조용한 외교와 대조가 됐다.

 26일부터 이틀간 열린 회의의 주요 의제는 리비아 사태, 아랍·북아프리카의 민주화 지원, 원전 안전성 강화 등이었다. 프랑스는 리비아에 대한 군사 개입을 주도한 나라다. G8이 경제적 지원에 합의한 튀니지 등 북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영향력도 크다. 원전 안전성 강화는 프랑스의 산업과도 밀접히 관련돼 있다.

프랑스 업체들은 한국과의 원전 수주 경쟁에서 자신들이 개발한 ‘제3세대’ 원자로가 ‘한국형’ 원자로보다 안전성 면에서 뛰어나다고 주장해 왔다.

 사르코지는 두 차례의 G8 공식 기자회견에 의장 자격으로 홀로 연단에 섰다. 원전 문제에 대해서는 “회원국 정상들이 원전 건설 비용에 안전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으로 안전성 기준을 높이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사르코지는 이번 회의에 인터넷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의제로 올렸다. 자신이 평소 주장해 왔던 것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의 별도 회담에서는 프랑스 군함(미스트랄급) 수출 문제를 매듭지었다.

 프랑스는 지난해 캐나다 회의와 달리 G8과 G20(주요 20개국) 회의를 분리시켰다. G20 정상회의는 11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다. dpa통신 등 외신들은 사르코지가 두 번의 대형 행사를 통해 반복적으로 자신의 국제 위상과 국내 인기를 높이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해석했다. 사르코지는 내년 4월 대선의 잠재적 경쟁자였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IMF 총재의 체포(성폭행 혐의)로 재선 가능성이 커졌다.

도빌(프랑스)=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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