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성, 부산저축은행선 ‘윤 회장님’ 통해 “박연호 회장·김양 부회장과 동문”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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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사건과 관련해 정·관계 로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윤여성(56)씨가 입을 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의 진술로 부산저축은행의 성장과 몰락 과정에 전·현직 정권 인사들의 개입 정황이 드러날 경우 향후 정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씨는 부산저축은행 내에서 ‘윤 회장님’으로 불릴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은행 관련 송사가 있을 때마다 나서서 뒷일을 봐줬고, 법조계와 정·관계 등 다양한 인맥을 동원해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고 한다. 윤씨는 또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 김양 부회장 등과 고교 동문이라고 주장해 왔다. 검찰에 따르면 종합건설업체 출신으로 알려진 그는 오랫동안 건설업계에서 쌓아 온 인맥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학연·지연과 관계없이 폭넓은 로비 능력을 과시했다.

 윤씨는 지난해 초 ‘부산저축은행을 비롯한 5개 저축은행의 부실이 2조6000억원에 달하며, 불법·부실 대출이 심각하다’는 내용의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자 퇴출을 막기 위해 전방위적인 정·관계 로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은진수(50) 감사위원과의 친분을 들먹이며 로비를 시도했고, 청와대에도 ‘저축은행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도와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은 위원이 변호사 시절인 2002~2003년께 윤씨와 알게 된 뒤 꾸준히 관계를 이어 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이 윤씨에게 3억원을 줘 정·관계 로비를 지원한 사실도 밝혀냈다. 그는 대검 중수부 수사가 본격화된 3월 갖고 다니던 ‘대포폰’을 버린 채 잠적했다가 17일 체포됐고, 19일 구속됐다.

 검찰 조사 결과 윤씨는 부산저축은행이 120개 특수목적법인(SPC)을 차명으로 설립해 불법 대출해 주고 부동산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SPC사업을 총괄한 김양 부회장과 함께 인·허가나 부지 매입 등을 주도했고 이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들에게 줄을 댄 정황도 포착됐다. 검찰은 26일 인천시 계양구의 효성지구 개발사업 SPC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윤씨의 지방자치단체 로비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다. 이 사업은 부산저축은행의 SPC사업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윤씨는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생 대현씨의 보좌관인 문모(56)씨 등과 함께 포스코 납품업체로부터 돈을 받았다가 기소돼 유죄가 확정됐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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