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따라하기, 中청소년들 '韓流'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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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베이징(北京)의 캠핀스키 호텔 경비원들은 새벽부터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이 호텔에 묵은 한국의 5인조 댄스그룹 H.O.T 멤버(사진)들을 보기 위해 동이 트기도 전부터 몰려든 중국의 10대 극성팬 1백여명 때문이다.

호텔 로비에서 새우잠을 자며 밤새 기다린 열성팬도 10여명이나 됐다. 경비들은 저지선까지 치며 이들의 호텔 접근을 막았으나 H.O.T를 부르는 팬들의 열화 같은 함성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전날 베이징 노동자 체육관에서 벌어진 콘서트의 열기도 서울의 그것 못지 않았다. 중국 청소년 9천여명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몰려들어 끝날 때까지 온몸을 흔들어대며 한국말로 된 H.O.T의 랩을 따라 불렀다.

최근 중국엔 신조어 하나가 생겼다. '한국바람' 이란 뜻의 한류(韓流)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 11월 클론의 베이징 공연 이후 본격적으로 몰아치고 있는 이 한류는 H.O.T 공연을 계기로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바람을 타고 (주)미디어플러스(대표 鄭然駿)는 '한류(韓流)'란 타이틀의 음반을 냈다. 중국 10대들이 한국 3인방이라고 부르는 H.O.T, 안재욱, 유승준의 노래를 중국어로 번안한 것이다.

한류는 음악에 그치지 않는다. 베이징 시단(西單)의 화웨이(華威)빌딩 6층과, 뚱단(東單)의 선루이얼·텐룽(天龍)의 한국 상가엔 15~20세의 중국 청소년들이 하루 4천~5천명씩이나 몰린다.

한벌에 4천~6천위안(60만~90만원)씩이나 하는 H.O.T 무대복이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는 것이 베이징청년보(北京靑年報)의 지난달 31일자 보도다. 굽 높은 구두와 폭넓은 힙합 청바지, 은자주색 루주는 대표적 '한류' 상품이다.

H.O.T 콘서트에 맞춰 베이징에 진출한 에쵸티 화장품. 이들은 1일 공연장에 설치한 판매대를 중간에 철수해야 했다. 10대 인파가 엄청나게 몰려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자칫 사고라도 나면 장사를 하지 않느니만 못할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국에서 한국음악을 알리고 있는 '서울음악방송'의 대표 겸 진행자인 박영교(朴永敎)씨는 "이제 한류를 상기(商機)로 연계시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한국제품 광고로 중국에 잘 알려진 한국인들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영화 '아나키스트' 촬영차 상하이(上海)에 머무른 탤런트 장동건도 가는 곳마다 팬들의 성화에 시달렸다. 그가 출연한 드라마 '모델'이 홍콩 피닉스 방송을 타고 중국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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