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도 경사의 오르막, 깊은 모래밭 상상 못할 악조건 속 아찔한 경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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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고객을 위한 다양한 운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적인 운전 환경에서는 상상도 못할 악조건을 프로그램에 넣기도 한다.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북쪽으로 70㎞쯤 떨어진 그로스될른에는 구 소련 비행장이 있다. 부지 면적이 1600만㎡로 큰 비행장이다. 활주로 길이만 4.3㎞에 달한다. 냉전의 한기가 서린 이곳은 오늘날 세계적인 운전 교육장으로 거듭났다. 폴크스바겐은 그로스될른의 까마득한 활주로와 험준한 오프로드에서 운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달 11일 그로스될른 운전체험센터에서 열린 ‘폴크스바겐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에 참가했다. 차량은 신형 투아렉. 강사는 투아렉이 벗어날 수 있는 험로의 각도와 헤칠 수 있는 물의 깊이를 설명했다. 주변을 주의 깊게 살피고 신속히 판단하되 항상 천천히 달릴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본능보단 강사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름다운 숲이 이날만큼은 악몽이었다. 쉬운 코스가 하나도 없었다. 일반적인 운전환경에서는 상상도 못할 악조건이 이어졌다. 그러나 강사의 유도만 잘 따르면 누구나 소화해낼 수 있었다. 투아렉은 45도에 가까운 경사를 차분히 오르내렸다. 내리막에선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알아서 ‘거북이 걸음’을 유지했다.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모래밭도 유유히 헤쳐 나왔다.

 운전교육의 가치는 이처럼 경험의 폭과 깊이를 확장시켜주는 데 있다. 프로그램을 평소 겪기 힘든 상황 위주로 짜는 이유다. 폴크스바겐 외에도 많은 자동차 업체가 운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브랜드와 차종에 따라 내용은 천차만별이다. 오프로드 교육으로는 영국 랜드로버가 유명하다. 스코틀랜드의 오래된 성에 묵으며 산악지대를 누빈다.

 아우디는 겨울마다 핀란드 북부 올로스의 얼어붙은 호숫가에 캠프를 차린다. 빙판길 운전 교육을 통해 자사의 네 바퀴 굴림 시스템 ‘콰트로’의 장점을 알리기 위해서다. 아우디는 ‘콰트로’를 선보인 이듬해인 1981년부터 이 같은 행사를 치르기 시작했다. 이젠 전 세계에서 해마다 1만4000여 명이 참가하는 이벤트로 거듭났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자사의 고성능 브랜드 AMG(아엠게)를 통해 운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독일 아펠터바흐의 AMG 본사와 미국·중국에서 진행한다. 운전교육은 기초에서 심화, 마른 노면과 빙판 등 다양한 코스로 나뉜다. 공장 견학, 골프, 미식 여행, 자동차 경주 참관 등 다양한 체험을 짝지은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포르셰는 해마다 세계 각지의 서킷을 돌며 ‘포르셰 월드 로드쇼’를 치른다. 독일 본사에서 20여 대의 시승차와 강사를 파견한다. 스포츠카 911부터 껑충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카이엔까지 몰 수 있다. 운전대를 쥐는 법부터 짜릿한 고속 주행까지 포르셰로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다. BMW는 뮌헨 본사의 트레이닝 센터에서 안전 운전과 스포츠 주행은 물론 연비 절감 운전까지 가르친다. 

베를린=김기범 중앙SUNDAY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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