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값 폭락하자 백조서 오리로 “러시아 펀드 약세 오래 가지 않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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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올해 1분기 중앙일보 펀드 평가에서 러시아 주식형 펀드의 실적은 단연 돋보였다. 러시아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8.55%. 해외 주식형 펀드의 1분기 평균 수익률이 0.17%에 불과한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국제유가가 치솟고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불안감이 커지며 세계 증시가 출렁였던 탓이다. 국내 주가의 상승세 덕에 4.34%를 기록한 국내 주식형 펀드도 러시아 펀드를 따라가지 못했다.

 하지만 5월 들어 분위기는 반전됐다. 지난주 국내외 주식형 펀드 가운데 러시아펀드는 수익률이 -3.17%로 가장 낮았다. 이 기간 동안 중국이나 인도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각각 0.61%, -0.48%인 점을 고려하면 러시아 펀드의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상반기 고공행진을 하던 러시아 펀드의 올해 수익률(5월 20일까지)은 마이너스(-1.44%)로 미끄러졌다.

국내 투자자의 사랑을 한몸에 받던 러시아 펀드가 ‘백조(白鳥)’에서 ‘흑조(黑鳥)’로 바뀐 것이다.

 이렇게 러시아 펀드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이달 들어 원자재 값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러시아에서는 증시에 상장된 기업 가운데 에너지와 원자재 관련 업종의 비중이 69%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총수출에서 에너지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7%에 달한다. 또 국내총생산(GDP)의 21%를 에너지 산업이 담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 증시는 원자재 가격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국제 유가는 이달 들어서만 15% 가까이 떨어졌고, 은도 30% 넘게 하락했다. 세계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원유 수요 감소 가능성이 제기되자 러시아 증시도 크게 하락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러시아 펀드의 약세가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원유 수요 측면에서 보면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선진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회복추세에 있는 데다 신흥국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원유에 대한 수요 증가세가 꺾이지 않았기 때문에 원자재 값이 조만간 다시 오름세로 전환하고 러시아 증시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현재 러시아 펀드에 가입하고 있는 개인은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유지하고, 현재 러시아 펀드를 보유하지 않은 개인에겐 러시아 주가가 하락한 지금이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정은 푸르덴셜투자증권 WM컨설팅팀 연구원은 “최근 원자재 값 하락은 경기 둔화 우려보다는 단기적 급등 후 투기세력 이탈이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원자재나 러시아 펀드는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금융자산의 10% 이내로 보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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