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피해 주민들 한글로 “어서 오세요” 이 대통령 방문 환영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19호 05면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일본 미야기현 나토리시 유리아게 구민회관 앞 쓰나미 피해 지역을 방문해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나토리=안성식 기자

한·중·일 3국 정상이 21일 일본 후쿠시마(福島)를 찾았다. 원전 사고 지역으로부터 불과 65㎞ 떨어진 곳이었다. 한·중·일 정상회의 첫날인 이날 3·11 일본 대지진과 그로 인한 원전 사고 피해에 대해 함께 위로한다는 의미에서였다.

원전 사고 후쿠시마 찾은 한·중·일 정상

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溫家寶·온가보) 중국 총리,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후쿠시마의 한 실내 체육관에 마련된 이재민 피난소에 도착한 것은 오후 3시쯤이었다. 주민 200여 명이 손을 들어 환영했다. 일부 주민은 ‘어서 오세요’라고 쓴 한글 현수막을 들었다.

3국 정상은 곧 피난소 앞에서 후쿠시마산 오이·체리·방울토마토 등을 시식했다. 간 총리가 주로 권했다. 원전 사고 이후 일본산 먹을거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일본 측이 요청해 마련된 행사였다고 한다. 일본은 당초 정상회의 자체를 후쿠시마에서 열기 원했으나 중국이 부정적이어서, 결국 도쿄에서 회의하되 3국 정상이 후쿠시마를 함께 방문하는 쪽으로 정리됐었다. 원 총리는 현장에서 “후쿠시마로 오기로 한 건 내 결정이었다. 모든 중국인을 대표해 내가 왔다”는 취지로 말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11일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인 미야기현 나토리의 이재민들에게 2009년 지진 피해를 본 중국 쓰촨성 주민들이 만든 종이학을 전달하고 있다. [나토리 로이터=뉴시스]

3국 정상은 곧이어 피난소 곳곳을 돌며 이재민을 위로했다. 이 대통령은 아이 둘과 같이 있는 한 어머니에게 “빨리 회복됐으면 좋겠다. 어머니가 웃고 밝은 표정을 지으면 아이들도 밝다. 마음이 아파도 아이들 때문에 웃으시기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앞선 이날 오전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臺) 공항에 내리자마자 인근 피해 지역을 둘러봤다. 현지에선 “일본 대지진 이후 피해 지역을 방문한 최초의 외국 정상”이라고 보도했다.
오전 11시10분 나토리(名取)시의 유리아게(<9596>上)주민회관에 도착했다. 여전히 자동차와 배가 논과 밭 한가운데 고꾸라져 있고 건물도 대부분 파손된 처참한 모습이었다. 이 대통령은 내내 굳은 표정으로 사사키 이소오(佐<3005>木一十<90CE>) 나토리 시장으로부터 당시 피해 상황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특히 주민회관에 걸린 벽시계가 재해 당시 시각인 오후 2시50분에 멈춰진 것을 보고 옅게 탄식했다.

이 대통령은 인근 폐허 지역에서 헌화하고 30초간 묵념도 했다. 이 대통령은 폐허 지역에서 물품을 찾던 일본 부부를 만나 위로했다. 또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이 일본의 빠른 복구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We are friends(우리는 친구)’란 문구를 적은 부채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곧바로 다가조(多賀城)시 문화센터에 마련된 이재민 수용시설로 옮겨 배식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했다. 아이들을 안았고, 무릎을 굽히고 휠체어에 탄 노인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이후엔 센다이 총영사관에서 동포들과 오찬 간담회를 했다. 이 대통령은 “위기에서 일본 국민이 보여준 자세도 감동을 줬지만 세계에서 일본에 가장 도움을 주려는 나라도 대한민국이었다”고 했다. 일본 교과서·독도 문제에 대해선 “일본 사회가 어떻게 됐든 일본 정부가 어떻든 한국은 할 도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 총리도 이날 낮 센다이에 도착, 이 대통령과 유사한 행보를 보였다. 나토리시에서 헌화를 했고 한 초등학교에서 30여 분을 보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