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발찌라도 차겠다” 스트로스칸 또 보석 신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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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경찰이 18일(현지시간) 공개한 스트로스칸 IMF 총재의 수감자 이송 증명서. [로이터=누시스]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

도미니크 스트로스칸(Dominique Strauss-Kahn·62)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19일(현지시간) 총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날 IMF에 보낸 서한을 통해 “IMF 이사회에 총재직 사임을 전하게 돼 유감”이라며 “다만 나에게 적용된 모든 혐의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온힘을 기울여 결백을 입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사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힘에 따라 IMF는 곧 집행이사회를 열어 후임 총재 인선에 나설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을 비롯한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현재 프랑스와 독일을 비롯한 유럽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을 밀고 있다. 최초의 여성 후보인 데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어서다. 그러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터키·중국 등 신흥국은 차기 총재를 신흥국에서 뽑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신흥국 출신으로는 트레버 매뉴얼 남아공 전 재무장관, 전 중국 중앙은행장인 주민(朱民) IMF 총재 특별고문, 케말 데르비스 전 터키 재무장관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미국은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사임 발표와 함께 새 조건을 걸고 법원에 재차 보석 신청을 냈다. 100만 달러의 보석금과 감시용 전자발찌를 부착하는 것은 물론 24시간 딸집에 머물겠다는 조건이다. 컬럼비아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그의 딸 카밀레는 맨해튼에 살고 있다. 변호인 벤저민 브래프먼은 “내 의뢰인은 여권을 압수당했기 때문에 프랑스로 도주할 수 없다”며 “사건 당일 탄 프랑스행 비행편도 이미 오래전에 한 예약이었다”며 보석 허가를 법원에 요청했다.

 변호인은 당일 그의 행적도 도주 의사가 없었음을 보여 주는 증거로 제시했다. 그는 당일 낮 12시28분 체크아웃한 뒤 12시45분 딸과 만나 식사했다. 호텔 직원이 뉴욕경찰에 911 신고를 한 오후 1시32분과 상당한 시차가 난다. 게다가 스스로 호텔에 전화해 휴대전화 분실 사실을 알리고 자신이 JFK공항에 있음을 통보해 주기까지 했다. 스트로스칸 측은 여 청소원과 성관계는 인정하되 서로 합의하에 이뤄진 일이라는 주장을 펼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19일 보석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와 달리 피해자는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18일 시작된 대배심 앞에서 강압에 의한 성폭행이었다는 기존 진술을 재확인했다. 경찰 수사도 활기를 띠고 있다. 경찰은 스트로스칸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침을 뱉었다는 곳에서 스트로스칸의 것으로 추정되는 체액 성분을 발견해 유전자(DNA) 검사를 의뢰했다. 아울러 청소원의 카드키 사용기록을 조사한 결과 피해자가 평소 객실 청소를 할 때처럼 객실 방문을 열어 뒀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한편 프랑스 사회당은 19일 스트로스칸 총재의 재판에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개입할 것을 촉구했다.

 아를랑 데지르 사회당 대변인은 이날 LCI TV와의 인터뷰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이 과거 자국민의 해외재판에 간여한 것처럼 이번 사건에도 개입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데지르 대변인은 “스트로스칸 총재가 왜 구금된 상태에 있어야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며 “그가 품위있는 모습으로 재판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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