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가급등 막기위해 전략석유비축 잠정 중단

중앙일보

입력

미국은 최근 급등세를 보이는 유가를 저지하기 위해 전략석유비축(SPR)분에 대한 공급을 당분간 중지할 것이라고 빌 리처드슨 에너지 장관이 26일 말했다.

미 정부는 1년 전 배럴당 12달러에도 못미쳤던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까지 육박하자 심한 압박감을 느껴왔다. 게다가 난방용 기름과 디젤유 가격도 급등, 인플레이션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리처드슨 장관은 에너지부가 전략 석유 비축용 가운데 500만배럴의 석유 공급을 연기하기 위해 현재 생산업자들과 협상중이라고 말했다.

당초 2-5월 중 전략석유비축분으로 충당될 예정이었던 이 원유는 공급난 해소와 가격 안정을 위해 대신 시장에 풀려나가게 된다.

그러나 휴스턴 소재 컨설팅 업체인 퍼빈 앤드 거츠의 켄 밀러는 "이 조치가 심리적인 영향을 미쳐 단기적인 효과를 거둘 수는 있지만 세계 시장에 영향을 주기에는 너무 소량"이라고 회의적인 견해를 표시했다.

에너지부의 이번 조치는 미 북동부 지역 정치인들이 난방용 연료가의 인상 충격을 줄이기 위해 비축분을 내다 팔라고 촉구하는 가운데 내려졌다.

북동부 지역은 세계 최대의 난방용 원유 시장으로 최근 유가가 40% 이상 급등하는 바람에 큰 타격을 받았다.

뉴욕주 상원의원인 찰스 슈머 의원은 전략 원유 비축분을 판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시한이 끝나는 3월31일까지 하루 50만배럴의 원유를 방출해야 한다고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과 로런스 서머스 재무장관에게 요청했다.

또 미 수송업계도 유가 급등에다 인력난으로 인한 임금 상승까지 겹쳐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면서 수송업계는 이미 인플레이션의 영향권 아래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아칸소주 리틀록의 수송업 전문가인 댄 무어는 "지금은 수송업계가 곤란을 겪고 있지만 결국 1년여만에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미국의 원유 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OPEC가 감산시한을 3월 말 이후까지 연장할 수도 있어 유가는 쉽사리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알리 나이미 석유장관은 27일 리야드에서 대부분의 산유국들이 원유 감산을 계속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OPEC가 3월31일로 끝나는 감산 합의 시한을 더 연장할지 여부를 추측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덧붙였다.[워싱턴.뉴욕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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