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장 문연다]‘新재테크 1번지’, 떼돈神話 꿈틀

중앙일보

입력

비상장·비등록 주식을 거래하는 제3시장이 오는 3월께 문을 연다.

증권거래소·코스닥시장에 이은 3번째 주식시장인 셈이다. 정부는 거래소나 코스닥시장의 상장·등록 예정기업 주식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이를 사고 팔 수 있는 기회를 줘 환금성을 높이고 주식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다.

여기엔 정보통신 등 첨단 벤처기업을 육성함과 동시에 사채시장 등 非제도권시장에서 대부분 이뤄지던 비상장·비등록 주식거래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려는 뜻도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시각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많은 투자자들은 제3시장을 ‘新재테크 1번지’로 바라보고 있다. 곧 쭉쭉 뻗어갈 벤처기업의 주식을 미리 사두면 나중에 한몫 크게 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스닥시장의 ‘떼돈 신화’가 재현될 ‘프리-코스닥’쯤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벌써부터 투자열기도 뜨겁다. 제3시장의 전단계 시장격인 장외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다.

장외시장 관계자들은 장외주식 투자자 수가 지난 6개월 사이 2배 넘게 늘어난 50여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량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적어도 5배 정도 늘었다는 관측이다. 거래 종목도 1백여개에 이르고 인기 종목은 하루에도 몇십만주씩 거래된다.

넥타이 부대를 중심으로 투자클럽도 잇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장외주식 거래 사이트만도 20개가 넘는다. 경제신문 귀퉁이엔 장외주식을 사고 판다는 광고가 넘쳐난다. 특히 사채업자나 창투사들의 전유물이던 장외시장에 개인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지자 기업이나 증권사까지 장외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여기에 장외 벤처펀드도 선보이고 있고 증권사들은 프리 코스닥팀을 만들고 있다. 거래소나 코스닥시장은 수급 불균형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장외시장은 1백조원에 이른다는 시중 유동자금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는 듯하다.

장외시장이 이렇게 활황세를 보이고 있지만 제3시장이 제대로 자리를 잡을지는 의문이다. 제3시장은 주식이라는 새로운 매개로 머니게임을 벌이는 투기장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또 제3시장에 들어 오려는 기업 가운데 일부는 자금조달보다는 ‘주식장사’에 관심이 많다는 견해가 높다.

물론 ‘검은 돈’이 판치던 사채시장이 좀더 건전한 자본시장으로 옮아 가는 진통일 뿐이라는 반론도 있다. 크게 보면 자본시장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정부도 겉으론 그런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제3시장엔 주식시장으로서의 공신력 문제 등 함정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그렇게 애써 키우겠다던 코스닥시장이 사소한 악재 하나에도 휘청거리고 거품 논란도 끊이지 않는 가운데 코스닥에 올라 있는 기업보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을 모아 제3의 거래소를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이 그것.

특히 정부나 증권사가 책임질 것도 아닌데 주식시장치곤 아주 엉성한 제3시장의 문까지 활짝 열어 놓아 투자자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게다가 세금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큰 손’들은 이 시장을 외면할 가능성도 크다.

제3시장이 삐걱댄다면 결국 벤처투자 열기까지 싸늘하게 식을 수도 있다. 시장개설을 서두르다 보면 여러 허점들을 묻어 두고 넘어가 나중에 큰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공시제도나 세제 등을 좀 더 보완한 다음 제3시장을 개설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을 펴는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남승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