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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포드와 손잡고 ‘꿈의 자동차’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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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2015년 5월 18일. 서울 동부이촌동에 사는 A씨는 광화문 근처에서 업무를 본 뒤 역삼동 사무실로 이동할 예정이다. 주차된 차에 올라탄 순간 “안녕하세요, 어디로 가세요”라는 음성 안내가 나온다. A씨가 일정과 목적지를 말하자 “현재 교통상황과 전기차 전용구간, 배터리 양을 분석해 최적 경로를 찾겠습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A씨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시동 버튼을 누르자 차량 가운데 설치된 화면에 지도가 뜨고, 길 안내를 시작한다. 배출가스 규제 강화로 서울 도심에 설정된 전기차 전용구간 정보와 배터리 용량을 계산해 탐색한 경로다. 이 차는 A씨의 브레이크 밟는 습관을 분석해 엔진의 불필요한 가속도 통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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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내용은 이달 10일(현지시간) 구글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개발자 회의에서 공개한 미래형 자동차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만든 가상 시나리오다. 구글과 미 자동차 회사 포드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이 프로젝트에는 구글이 자랑하는 ‘예측 프로그램(Prediction API)’과 포드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기술이 접목됐다. 2015년 상용화를 목표로 포드가 시험 주행을 하고 있다.

 자동차 운전자 입장에선 좀 더 똑똑한 내비게이션처럼 보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복잡한 운전자 습관을 분석하는 프로그램과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첨단 정보기술(IT)이 숨겨져 있다. 운전자가 언제 어디로 가는지, 하루 평균 주행거리와 속도는 어떠한지, 가속 페달을 얼마나 자주 밟는지 등 모든 데이터가 수집된다는 것이 구글의 설명이다. 이 정보는 운전자의 의도에 맞춰 예측 프로그램으로 분석돼 차량 내부 컴퓨터로 전송된다. “때와 장소·상황에 맞춰 엔진 출력까지 자동차가 스스로 조절할 수 있어 기존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 한 단계 더 진화했다”고 뉴욕 타임스 같은 미국 언론들이 최근 보도했다. 현재 시판되는 하이브리드차는 일정 속도(시속 40㎞ 안팎)를 기준으로 저속에선 전기모터, 고속에선 엔진으로 전환해 바퀴를 돌린다.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도심에 진입하는 자동차 배기가스의 허용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와 맞물려 구글 시스템이 자동차 산업을 선도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현재 영국 런던과 옥스퍼드, 독일 쾰른, 체코 프라하 등 유럽 내 258개 지역에서는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현재 구글은 자동차를 신사업 분야의 하나로 정하고 무인자동차 시스템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엔 구글이 네바다주 의회에 무인자동차 운행을 허용해 줄 것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구글의 한 엔지니어는 미국의 한 방송 인터뷰에서 “대부분 자동차 교통사고의 원인이 기계의 실수가 아닌 사람의 실수”라며 “운전 조작을 줄여 사람들에게 더 많은 자유를 주는 것이 구글의 목표”라고 말했다.

◆철강 업계도 참여=포스코 등 세계 철강업계가 공동으로 전기차 전용 차체를 개발했다. 국제철강협회 산하 자동차분과위원회인 ‘월드오토스틸’은 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존 차체보다 35% 가벼운 미래철강차체(FSV)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개발에는 포스코, 현대제철, 아르셀로미탈 같은 전 세계 주요 철강사가 공동으로 3년간 참여했다.

 FSV는 ㎡당 1000t의 압력을 견딜 수 있는 초고강도 철강을 50% 이상 사용해 만들었다. 롤러 사이에 철강재를 넣고 성형하는 롤포밍과 맞춤식 재단용접 공법인 TWB 등 최신의 철강 제조 공법을 적용했다. 조디 쇼 FSV프로젝트 담당 대표는 “최신 철강 제조 기술을 사용해 만든 FSV는 높은 유연성과 우수한 강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FSV의 무게는 188㎏으로 내연기관 차체 무게의 65% 수준이다. 이번 FSV의 개발로 우선 미래형 차량의 안전성과 성능을 동시에 높일 수 있게 됐다. 또 연비 향상과 온실가스 배출 감소가 요구되는 미래형 자동차 개발에 해결책을 제시한 것도 의미가 있다. 철강재가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달성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소재임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김종문·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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