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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이성현]前중국 외교부 한반도문제 담당국장이 본 천안함 사건

중앙일보

입력

5월8일 정부 고위당국자는 '백그라운드 브리핑' (발언자의 실명이 보도되면 안되는 브리핑)에서 기자들에게 남북한 대화의 문은 여전히 열려있으며 “북한이 최소한 천안함의 진실과 화해할 결심을 해야 이 문턱을 넘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 문턱을 넘기 전에 남북이 아무일이 없었던 것처럼 만나서 악수하고 웃으며 회담한다는 것은 "초현실적 발상"이라고 했다.

천안함 폭침 사건이 1년이 지났지만 이 사건은 여전히 남북관계를 막는 가장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천안함 사건 후 중국은 원자바오 총리의 말대로 "그 어느 편도 들지 않은" 중립을 유지했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중립이 실제로 북한을 국제사회의 비판으로 막아주는 '바람막이' 역할을 했다고 본다. 한 예로 미국의 오바마대통령은 작년 6월 캐나다에서 열린 G20회의에서 중국이 북한의 '도를 넘은 행위' (going over the line)에 대해 '의도적으로 못 본 척' (willful blindness)보이고 있다고 강한 어조로 중국을 비난하였다.

중국 외교부는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 지금까지 중국이 어떻게 그 사건을 보는 지 자세한 평론을 자제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중국을 설득하기 위해 수차례 베이징을 다녀간 한국의 특사들이 있지만 그들 역시 외교업무의 성격상 공식적인 석상에서 구체적으로 중국 측이 어떤 입장을 표명했는지 자세히 밝히지 못하는 사정도 있다.

천안함은 한국인들의 뇌리에서 잊을 수 없는 사건이 되었고, 중국은 천안함사건에 대해 중국이 진정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남아있다.

이에 최근에 저자는 양시위(楊希雨) 前중국 외교부 한반도문제 담당국장을 만나 천안함 사건에 대한 중국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그는 2005년 9.19 공동성명의 초안을 작성한 바로 그 장본인이다. 현재는 은퇴하여 중국 외교부 산하 '중국국제문제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 여전히 한반도 문제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중국외교부에서 최근까지 한반도 데스크를 직접 꾸렸던 외교부 전 고위직 관리가 직접 천안함사건에 관해 '풀이'를 해주는 것은 처음이다. 다음은 그의 발언 요지 (중간에 들어간 영어는 양국장이 그렇게 영어로 표현했기 때문임을 일러둔다)

楊希雨 국장의 발언 요지
천안함 사건을 TV로 보면서 나도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 내 아들과 비슷한 또래의 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나도 처음에 감정적으로 반응을 했다. 순직한 해군들 부모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나는 또한 '이러한 일이 다시는 재발되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1년이 지났다. 감정적 보다는 이성적으로 이 사건을 되짚어보자.

중국이 볼 때 한국측이 제시한 천안함 증거는 1)어뢰 프로펠러 잔해 발견 2)어뢰 프로펠러 잔해에 한글이 써 있음. 그리고는 세번째 증거가 없다. 그 증거는 '당시 북한 잠수정이 부근에 있었다. 그 잠수정에서 어뢰가 발사됐다'였을 것이다. 이것이 빠졌다. '증거'가 부족하니 대신 '북한 아니면 공격할 국가가 없다'는 '논리'가 들어갔다. 4)그리고 한국은 그 사건을 북한이 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증거1 -> 증거2 -> 증거3 -> 결론'으로 간 것이 아니라 '증거1 -> 증거2 -> 논리3 -> 결론' 이 되었다. 중국이 볼 때 증거들이 결론을 뒷받침한 '완전한 고리 (full chain)'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천안함 잔해를 조사한 러시아 대표단도 나중에 중국에 브리핑 해주면서 '자신들이 한국에서 본 증거들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했다. 천안함 보고서가 1,000페이지가 넘는다고 하는데 겨우 10페이지 정도 보았다는 것이다. 나머지가 '기밀'로 되어있어서 그렇다고 했다. 한국측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이러면 제3자 입장에서는 그러면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증거 수집이 가능하지 않게 된다.

천안함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누가' 했느냐이다. 중국은 북한이 했다고 하지 않았다. 중국은 그렇다고 한국이 잘못된 결론을 내렸다고 하지도 않았다. 중국은 자신의 입장을 정리할 'full information' 없었다. 그래서 남북한 어느 한 쪽의 입장도 지지하지 않는 'No position' 이 바로 중국의 포지션이다.

[후진타오 주석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후 3일 만에 김정일과 만난 것에 대해서 한국에서 불만이 고조되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양국장은 설명을 해주었다.]

김정일과의 만남은 당시 이미 오래 전에 결정된 사항이었다. 천안함사건은 중국에게도 중요하다. 그래서 후진타오 주석이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일에게 직접 물을 기회를 가졌다. 김정일은 북한이 관련이 없다고 답했다. 물론 한국은 김정일이 거짓말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제3자의 (중국) 입장에서는 양쪽의 입장을 다 경청해야 한다. 양쪽이 다른 한쪽에 대해서 '진실' 혹은 '거짓'이라고 생각을 가질 수 있음을 이해한다. 중국은 북한 최고 지도자와의 만남을 중요시 한다. 그 자리는 정치, 경제, 지역 안정 문제 등 여러 문제가 토의되는 자리다. 이런 자리를 통해 중국은 북한과 비핵화에 대한 생각을 교류하고, 지역 안보와 평화에 대해서 의견을 나눈다.

천안함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두가지다. 첫째, 누가 천안함을 침몰 시켰는가? 둘째, 어떻게 이런 비극이 재발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가? 내 생각엔 지금은 두번째 질문이 더 중요하다. 천안함 문제에 막혀서 (한국이 남북한) 긴장을 낮출 수 있는 다른 기회를 계속 허락하지 않을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이성현, '韓中未來硏' 연구위원 boston.sunny@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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