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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건설 분양가 20% 낮춰…업체들 아파트 가격인하 총력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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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아파트 분양이 잇따르는 가운데 분양가를 자발적으로 내리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자치단체가 승인한 가격보다 분양가가 3.3㎡당 50만원가량 낮게 책정된 삼성물산의 경기도 수원시 래미안 영통 마크원 견본주택이 방문객들로 북적인다.


주택업체들이 ‘분양가 다이어트’에 나서고 있다. 주택시장 침체로 ‘고분양가→미분양→적자’의 패턴이 고착화되자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자발적으로 분양가를 내리는 것이다. 단국대 부동산학과 김호철 교수는 “업체가 스스로 값을 내릴 정도로 주택시장 환경이 나빠졌다”며 “그러나 수요자들은 분양가 거품이 빠진 아파트를 고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서해종합건설은 지난달 경기도 용인시 신동백 서해그랑블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용인시 분양가심의위원회에서 승인받은 가격보다 20%가량 내렸다. 3.3㎡당 1250만원에 승인을 얻었으나 실제 분양가는 3.3㎡당 990만원에 책정한 것이다. 이용호 분양소장은 “사업지 인근인 동백지구의 기존 아파트 시세인 3.3㎡당 1000만~1050만원보다 싸게 내놔야 팔릴 것 같았다”며 “가격 인하 전략이 먹히면서 현재 계약률이 70%를 넘었다”고 말했다.

 이달 11일 ㈜동일이 부산 정관지구에서 내놓은 동일스위트2차도 분양가 다이어트 전략이 약발을 낸 경우다. 승인받은 분양가보다 3.3㎡당 50만원가량 낮춘 3.3㎡당 682만원에 분양가를 정했다. 1만 명 이상이 청약해 접수를 쉽게 마감했다.

 최근에는 대형 건설사까지 자발적 인하에 동참하고 있다. 19일 청약을 시작하는 수원 래미안 영통마크원은 전용 84㎡형의 분양가를 3.3㎡당 1150만~1280만원에 정했다. 역시 분양가 승인 가격보다 3.3㎡당 50만원가량 낮은 것이다.

 건설업체들이 분양가 낮추기에 나서는 것은 초기 계약률을 높여 금융비용 등을 줄이는 게 이익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김은수 ㈜동일 사장은 “부산 정관사업장의 경우 3.3㎡당 20만원만 높여도 회사는 100억원 이상 수익을 늘릴 수 있지만 초기 계약률 및 입주율 등을 감안할 때 가격을 낮추는 게 더 이익”이라며 “분양가보다 집값이 올라야 입주율이 높아지므로 초기 분양가를 시세보다 낮게 잡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부 건설사는 이익을 포기하고 분양가를 내린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건설사 주택사업부 관계자는 “분양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으로 100% 분양이 돼도 손해 보는 사업장이 적지 않다”며 “그나마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분양가 인하 카드를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가를 낮추는 만큼 상품은 실속형 설계로 바뀐다. 아파트 내부의 경우 수입대리석이나 수입타일 대신 국산을 쓰는 경우가 늘고 있고, 화광석 아파트 외벽을 생략하기도 한다. 단지 전체 공사비의 5%까지 차지했던 조경 관련 비용도 1~2%대로 낮추는 추세다. 또 아파트 외벽 조명·옥상 구조물 등의 외관 디자인을 간소화해 공사비를 절감하기도 한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건설업체들의 분양가 낮추기 경쟁이 계속될 경우 아파트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그렇더라도 요즘처럼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는 가격 인하가 가장 잘 먹히는 재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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