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판매는 양극화 … 소비자 AS 불만은 더 쌓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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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독일 자동차 브랜드 아우디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모는 회사원 김모(38)씨는 지난해 9월 주행 중 사고로 앞바퀴 한 개를 바꿔야 했다. 김씨는 서울 강남의 아우디코리아 공식 서비스센터에 차를 맡겼다. 다음 날 차를 찾기 위해 서비스센터를 찾은 그는 청구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78만3000원. 2만2000원의 교체비용(공임)과 부가세를 포함해 아우디 측에서 매긴 가격이었다. 김씨는 “이 차에 달린 일본제 브리지스톤 타이어의 전문 판매점에서 재고가 없다고 해서 아우디에 믿고 맡겼는데 시중 타이어 전문점보다 20만~30만원이 더 비쌌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취재 결과 브리지스톤코리아는 해당 제품을 일반 대리점에 44만9000원에 공급하고 있었다.

 수입차 판매가 크게 늘었으나 고객 서비스는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수입차 판매가 일부 브랜드 중심으로 ‘쏠림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해당 업체들은 정비센터 확대, 부품 단가 인하 같은 투자에 소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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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들어 수입차 시장에서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BMW코리아의 경우 올 1~4월까지 판매한 차량은 9249대(미니·롤스로이스 포함)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가입한 16개 업체 중 1위에 올랐다. 벤츠·폴크스바겐·도요타·아우디도 월 1000대 정도를 팔고 있다. 이 기간 중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판매 대수는 786대, 볼보자동차코리아는 507대, 스바루코리아는 236대를 기록했다. BMW의 판매량은 각각 재규어의 11배, 스바루와는 거의 40배 차이가 난다.

 그러나 차량 정비 등 사후 서비스는 제자리걸음이다. 김씨 사례처럼 수입차 업체에서 부품 가격을 높게 부르는 경우 외에도 정비센터의 시설이 충분하지 않아 한 번 서비스를 받으려면 2주 이상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렉서스를 타는 주부 이모(40)씨는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맞춰 차량 정비를 받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수입차 판매는 2006년 4만 대에서 지난해 9만 대로 120% 이상 증가했으나 수입차 업체의 공식 서비스센터는 같은 기간 136곳에서 240곳으로 76% 느는 데 그쳤다.

 상당수 업체는 서비스 개선을 위해 투자하는 대신 수익금 대부분을 본사로 송금하고 있다. BMW코리아는 지난해 순익 479억원 중 300억원(63%)을 독일 본사로 보냈다. 도요타코리아는 2009년 기록한 순익 118억원 전액을 지난해 일본 본사로 보냈다. 익명을 요구한 수입차 업체 마케팅 담당자는 “소규모 수입차 업체 역시 월 100대도 차를 못 팔기 때문에 부품 확보 등이 원활하지 않다”고 말했다.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크게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동차 관련 소비자 불만 현황’에 따르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접수된 자동차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국산차가 744건, 수입차가 147건이었다. 이를 판매량으로 환산하면 1만 대당 국산차는 1.78건, 수입차는 5.88건이다. 수입차 불만이 국산차의 세 배가 넘는다.

 장진택 자동차 평론가는 “대형 수입차 업체 일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기록했다”며 “그동안 한국 시장의 규모가 작아 차값 인하, 서비스센터 확충이 어렵다던 업체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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