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고] 학원 강사 청년들… 사교육 시장 아니면 어디로 가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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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때문인지 우후죽순 쏟아지는 신조어들 속에 가슴을 저리게 하는 신조어들도 상당히 많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청년실신(청년들이 실업 때문에 실신), 십오야(십오세 이상이면 이십대 때 깜깜해진다), 삼일절(31살 이후엔 절망), 도시락족(돈 없어서 도시락 싸갖고 다니는 처지), 알부자족(알바로 부족한 학자금을 충당). 취업5종 세트와 같은 청년실업과 관련된 신조어들이 바로 나를 가슴 아프게 하는 말들이다.

현재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8.5%정도라고 한다. 전체 실업률은 3.8%라고 하니 2배가 넘는 셈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이리 저리 숫자를 빼서 만든 최소 수치라고 한다. 한 언론사에서 계산한 바에 의하면 2011년 1월 청년층의 실업률은 27.1%로 계산된다고 한다. 전체 청년의 1/4 정도가 실업자라는 이야기이다.

청년 백수를 칭하고, 그들의 삶을 표현하는 신조어와 기가 막힐 실업률을 보며, 거기서 아슬아슬하게 피해있는 나 자신을 보면 안도해야 할 듯 하지만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필자는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하고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다.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전공과 무관하게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내 적성에 따라 취업을 한 것도 아니고, 정규직의 자리에 있는 것도 아니지만 청년 실업률 숫자에 나는 포함되지 않는다.

나와 같이 전공과 무관하게 학원 시장에 노동력으로 진출하는 청년들이 많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통계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졸업자가 가장 많이 취업한 직종이 학원 강사라고 한다. 한국교육개발원에 의하면 2009년 4년제 대학 졸업생 가운데 인문계열 전공자의 12%, 자연계열 전공자의 6%, 교육계열 전공자의 17%가 학원의 문리 및 어학강사로 취직했다고 한다. 특히, 문리 및 어학 강사는 2005년부터 5년 째 이 계열 졸업생들의 1위 취업 분야라고 한다.

나를 포함해 학원 시장의 노동력인 우리에게 사교육의 병폐니, 공교육의 실패니 하는 것들은 안중에도 없다. 늦은 오후까지 학원의 딱딱한 의자에 앉아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안스러운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생각할 여유는 내게 없다. 어찌 보면 그들이 없으면 나의 밥줄도 끊기는 것이므로.

번듯한 대기업도 아니고 사회의 악과 같이 비추어지는 사교육 시장에서 빌붙어 사는 인생으로 인식되기도 하는 학원 강사. 대학교 4년 동안 열심히 학교 다니면서 이 직장을 위해 공부했던 것도 아니고 이 길로 내가 진출할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나에게 기회가 온 것이 매우 감사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사교육 시장이 없어지면 학원 강사로 취업한 청년들은 또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나라에서는 몇 년 전부터 사교육 시장을 축소하고 공교육을 되살리겠다고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다. 올 것이 왔나 하는 심정이다. 그러면서도 우리 사회의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사교육 시장은 존립할 것이라는 냉소적인 안도감도 고개를 든다.

지금 공부하는 미래의 인재들을 위한 정책으로 사교육 시장을 축소하고자 하는 국가의 노력, 충분히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과거에 그 사교육 시장을 통해 피터지게 공부해서 사회로 진출한 현재의 인재들의 취업과 생존은 어찌할 것인가?

사교육 시장의 축소가 단순히 지금 공부하는 아이들의 문제만은 아니며, 청년 실업률의 범주에서 아슬아슬하게 피해있는 청년들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좀 더 건설적이고 현실적인 취업 해결 정책을 마련한 다음 사교육의 폐단을 바로 잡아야하지 않을까?

<이 기사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르며, 해당기관에서 제공한 보도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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