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한국남자’ 이정봉 기자, 좌충우돌 슈퍼모델 도전기 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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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바로 이 몸, 이 느낌이 목표다. 2011 봄·여름 보테가 베네타 패션쇼에 섰던 모델에 기자의 얼굴을 붙였다.

평소 입던 옷 그대로 모델의 자세(?)만 따라해 봤다.

신문기자 생활 4년째. 삼겹살과 폭탄주에 길들여 지면서 뱃살은 몇 겹으로 접히고 얼굴은 번들번들해졌다. 여기에 후줄근한 옷차림이 겹쳐지면서 취재원들은 서른을 갓 넘긴 나를 30대 후반으로 보기 일쑤다.

그런데 올해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 남자 부문을 뽑는단다. 훤칠한 키에 식스팩 복근, 내 것이 아닐 것만 같은 몸매에 강렬한 눈빛의 모델. 마냥 부러웠다. 시간이 더 가기 전 도전해 보기로 했다. 나이 제한이 없고, 결혼 유무도 관계없다고 한다.

전문 심사위원뿐 아니라 네티즌 투표도 반영한다고 하니 그나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슈퍼모델 남자부문 선발은 처음인지라 패션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 모델 경력자들이 대거 출전한다고 한다.

본대회가 열리는 10월 21일까지 몇 차례의 교육 과정과 예선을 거치며 12명만 살아남는다. 하지만, 부딪쳐 보는 거다. 몸매를 만들기 위해 최고의 트레이너를 만났고, 전문 모델을 만나 조언을 구했다. 업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에게서 모델이 되기 위한 팁을 부지런히 얻었다. 준비부터 예선·본선까지 앞으로 한 달에 한번, 슈퍼모델 도전기를 싣는다.

글=이정봉 기자 , 사진=김성룡 기자

요가 5초 못버티는 ‘저질 체력’

모델 하면 탄탄한 몸매를 빼놓을 수 없다. 모델의 카리스마는 자신감에서 나오고, 자신감은 잘 만든 몸매에서 나오는 것이다. 지난달 신체를 측정하고 체성분 분석을 했다. 나이 31세, 키 181.7㎝, 몸무게 75.3㎏, 허리둘레 86㎝, 체지방률 19%, 복부비만율 0.82, 기초대사량 1618kcal. 수치는 대부분 한국 남성 평균에 속했다. 여기서 평균이라는 말은 남자모델 몸매로는 수준 미달이라는 얘기다. 다수의 모델을 지도해 온 헬스클럽 ‘엠애슬레틱스퀘어’의 김해균 매니저는 “키에 대한 적정 체중은 65~80㎏이지만 모델 정도의 몸매가 되려면 70㎏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며 주5회 운동과 식사량 조절을 지시했다. 그는 “근력이 전체적으로 부족하므로 특정 부위에 집중된 운동보다는 팔굽혀펴기·턱걸이·앉았다 일어서기 등 기초적인 운동 위주로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 하루 4끼 식사를 하되, 탄수화물과 단백질 각각 150~200g의 저염식단을 추천했다. 마냥 굶으면 근육 라인이 살지 않고, 몸이 지방을 축적하려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균형잡힌 몸매를 만드는데 운동이 2, 영양과 휴식이 8 이라고 했다. 웨이트트레이닝·요가 등 운동 일주일 째, 간단한 요가 동작도 5초를 못 버티는 ‘저질 체력’임이 탄로났다. 온 근육이 결려 펜도 잘 못 잡을 지경이다. 한 달 뒤 다시 체성분·체력 측정을 해보기로 했다.

매일 저녁 오일 클렌징+폼 클렌징

슈퍼모델 헤어·메이크업을 4년째 해 온 ‘네스트’ 유양희 원장에게서 피부 미용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씻는 것”이라고 했다. 매일 저녁 오일 클렌징과 폼 클렌징을 동시에 하라고 했다. 또 매일 저녁 얼굴을 마사지하면 얼굴이 확연히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마사지는 어렵지 않았다. 보통 크기의 수건 4개를 준비해 2개는 뜨겁게 적시고, 2개는 물에 적신 뒤 냉장 보관해 시원하게 둔다. 그래서 뜨거운 것부터 1~2분씩 번갈아 얼굴 위에 올려 두면 된다. 마무리는 반드시 차가운 수건으로 한다. 그러면 모공에 쌓였던 노폐물이 빠진다고 했다. 얼굴에 분비되는 피지가 많다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흑설탕과 밀가루를 1대1로 섞고 여기에 요구르트를 뻑뻑할 정도로 반죽해 얼굴에 팩을 하면 좋다고 했다.

스타일링에 관해서도 조언을 얻었다. 김수진 스타일리스트는 “일단 사람의 이미지 중 70%를 차지하는 게 헤어스타일이라며 자신에게 맞는 헤어스타일을 찾는 것이 단순히 옷 잘입는 것보다 먼저”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빈처럼 날렵한 얼굴을 만들기 위해 보톡스를 맞거나, 단시간 내에 탄탄한 몸매처럼 보이려면 선탠을 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보톡스는 좀 힘들지만, 선탠은 괜찮을 듯했다.

4초 내에 시선 받으려면 표현력 필수

지난달 1일 오후 ‘2011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 포스터 촬영이 있었다. 국내 대표적인 남자모델 김민준과 이선진·박둘선·노선미 등 슈퍼모델 선발대회 출신 모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패션 화보 촬영 32년째인 사진가 김보하씨는 “좋은 모델이란 사진의 컨셉트에 맞게 자신의 몸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표현력과 연기력이 탁월해야 일류 모델”이라고 말했다.

김민준씨는 “모델은 짧은 스틸 사진 속에 스토리를 담고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와인 잔은 어떻게 들고 정장을 입을 때는 어떻게 해야 어울리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쌓아 단숨에 표현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보통 런웨이(패션쇼 무대)에 선 모델이 관객의 시선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은 단 4초다. 4초가 지나면 시선은 뒤이어 등장하는 다음 모델에게로 옮겨간다. 하나의 패션쇼를 전체를 통틀어도 한 모델이 관객에게서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은 1분이 안 된다. 이 시간 안에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데니쉐르’ 서승연 디자이너는 “마냥 다른 사람을 따라하기보다 자신의 개성을 살려 이미지 메이킹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BS 플러스 슈퍼모델 선발대회 사무국 이상수 팀장은 “대중이 원하는 이미지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표현해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모델”이라며 “단지 키만 크고 몸매만 좋은 이들보다 사람의 감정에 대한 이해력이 높은 사람이 유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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