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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투자 이렇게] 꽃가꿔 건강찾고 수익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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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을 키우면서 돈도 벌고 건강도 되찾았으니 더 이상 행복할 수가 없어요. "

경기도 포천군 신북면 삼정리 산기슭에 자리잡은 허브농원 '허브 아일랜드' 의 주인 임옥(39.여)씨는 이따금 현재 자신의 모습이 '운명적' 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건강이 극도로 나빠진데다 외환위기까지 닥치는 바람에 지금과 같은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레저.이벤트 회사와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던 林씨가 시골행을 결정한 것은 지난 1996년. 만성피로로 간기능이 나빠질 대로 나빠져 '오래 살기 힘들다' 는 진단을 받은 직후였다.

서둘러 회사와 가게를 정리하고 그 돈으로 서울 근교의 땅을 사러 나섰다. 자신의 땅에 직접 시설을 지어서 소규모 기업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해 보고 싶은 평소 소망을 더 늦기 전에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그 해 11월 지금의 터를 찾아내 3천평을 2억1천만원에 샀다. 임야치고는 다소 비싼 평당 7만원 꼴이었다. 그 대신에 7천평을 무상 임대받을 수 있었다.

97년 5월부터 텐트를 치고 지내면서 꽃밭부터 가꾸기 시작했다. 워낙 꽃을 좋아한 점도 있지만 기업 연수 시설을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주로 일본과 유럽에서 직접 구해 온 허브 씨앗을 심었다.

9월부터 6백평을 대지로 전용해 집을 짓기 시작했다. 인부를 사서 林씨가 손수 지었다. 건평 60평의 단층이지만 연수용임을 감안해 밖에서 보면 2층으로 보일 정도로 층고를 높게 했다.

집을 짓고 주변 조경을 하는 데 모두 2억원이 들었다. 하지만 林씨의 소망은 실현되지 못했다.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기업연수 시장이 철퇴를 맞았기 때문이다.

낙담 끝에 林씨는 다른 '길' 을 찾아 냈다. 심어놓은 꽃들이 너무 잘 자라 '혼자 보기 아깝다' 는 생각에서 98년 10월 허브 농원을 정식으로 오픈하고 일반인들에게 개방을 한 것이다.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허브 재배 규모를 늘려나갔다. 처음에 1개동에서 출발한 허브 재배 온실이 지금은 6개동으로 늘었고 노천 재배 면적도 3천평에 이른다.

농원은 무료로 개방하는 대신 집 거실을 매장으로 꾸며 허브 화분을 비롯해 허브티.허브비누.허브양초 등 각종 허브 관련 용품을 직접 만들어 팔아 짭짤한 수익을 얻고 있다.

현재 정상적인 건강을 되찾은 林씨는 "지금까지는 버는 대로 재투자를 하고 있어 남는 게 별로 없지만 조만간 서울에서 직장 생활하는 남편의 연봉을 웃도는 연간 4천만~5천만원의 수입이 기대된다" 고 말했다.

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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