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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방석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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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방송·통신 융합은 이제 발등에 떨어진 불입니다. 글로벌 플레이어들은 이미 세계시장을 무대로 새 비즈니스 모델을 속속 내놓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걸음이 더딥니다.”

 지난달 미국 콘텐트 유통시장을 둘러보고 온 방석호(54·사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의 소감이다. 그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방송장비 전시회(NAB쇼)에 이어 몇몇 관계사를 다녀왔다.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TV와 인터넷을 결합한 ‘구글TV’, DVD대여업체에서 온라인 영상 유통망으로 발전한 ‘넷플릭스’ 같은 회사가 국내에 진출할 날이 멀지 않았다”며 “국내 시장마저 빼앗기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혁신적인 콘텐트 유통 플랫폼(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 출범하는 jTBC를 비롯한 종합편성 채널이 그 일을 해낼 적임자라고 봤다.

 -NAB쇼 참관 소감은.

 “모바일TV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다. NBC와 폭스채널이 각기 전용 단말기를 들고 나왔다. 콘텐트업체들이 개인을 대상으로 한 영상 유통 시장에 직접 뛰어들었다는 건 큰 뉴스다. 가족 모두 거실에 모여 TV를 보던 시대는 가고, 유·무선 인터넷망을 통해 ‘나만의 스크린’을 향유하는 트렌드가 시작된 것이다.”

 -넷플릭스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 또한 강력한 온라인 유통망을 구축한 덕분 아닌가.

 “NAB쇼에 이어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넷플릭스 본사를 방문했다. 이 회사는 2007년 정액제 DVD대여 가입자가 추가 비용 없이 온라인으로 영화와 TV 를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조만간 온라인 시청자만을 위한 요금제를 내놓고, 2013년엔 오프라인 서비스를 중지할 거라 한다. 해외 진출도 계획 중인데 우리나라에 대한 시장조사도 마친 듯했다.”

 -넷플릭스가 콘텐트 제작사들과 소비자를 잇는 종합 유통망이라면, 구글TV는 TV로 인터넷상의 어떤 콘텐트라도 볼 수 있게 한 일종의 ‘오픈 플랫폼’인데.

 “구글TV 임원으로부터 인상적인 얘기를 들었다. 최고경영자인 래리 페이지가 ‘광고수익엔 신경 쓰지 마라. 우리 TV를 통해 무조건 많은 콘텐트를 볼 수 있게 하라’고 강조했다는 거다. 일단 콘텐트를 확보하면 사용자는 절로 모인다는 발상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막강한 지배력이 온라인 콘텐트 유통시장 활성화에 걸림돌이 돼왔다고 보는 까닭은.

 “광고·제작·콘텐트를 모두 장악한 지상파 방송사로선 새 유통망을 만들어야 할 동인이 없었던 거다. 이렇게 고착된 시장에서 종편이 새 수익을 창출하려면 소비자들이 다양한 콘텐트를 편히 접할 수 있는 새 온라인 유통망을 만들 필요가 있다.”

글=이나리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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