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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홍진기 창조인상 수상자 3인의 소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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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왼쪽부터 과학부문 김은성 KAIST 교수, 사회부문 이강래 원광대 교수, 문화부문 박종선 가구 디자이너


제2회 홍진기 창조인상 각 부문 수상자들의 소감은 그 자체가 창조의 비밀을 알려주는 열쇠였다.

 과학부문 수상자인 김은성(39·KAIST 물리학과) 교수는 “세계 최초로 초고체(超固體)를 발견할 수 있는 눈을 얻게 된 건 하나님을 만난 덕”이었다고 털어놨다. 김 교수는 또 “부산대 물리학과 시절, 공부만 파지 않고 자유롭게 다양한 경험을 쌓은 힘, 미국에 유학가서 무서운 지도교수를 만나 죽을 지경으로 공부한 일”을 꼽았다. 그는 “불투명한 결과를 놓고 새로운 걸 연구하는 건 정말 힘든 과정”이었다고 토로하면서 자신을 ‘미완의 청년과학자’라 부른 뒤 “홍진기 창조인상 수상자에 걸맞은 대한민국의 대표적 창조인이 되도록 열심히 연구하겠다”고 밝혀 큰 박수를 받았다. 김 교수는 세계 물리학계에서 ‘초고체(supersolid)의 발견자’로 통한다. 그는 이 업적 하나만으로도 세계 물리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유력한 노벨 물리학상 후보라는 소리도 듣는다.

 사회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맥지청소년사회교육원을 대표해 단상에 오른 이강래(57·원광대 경영학부)교수는 소감을 말하던 중 눈시울을 적셔 장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그는 “유민 선생이 얼마나 스스로 변화를 선도하고 창조적인 삶을 살다 가셨는지 심사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유민 선생이 강조한 새로운 세상을 열기에는 아직 시행착오가 많고 미완의 모습이지만, 이를 창조적이라고 평가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목소리가 젖어들었다. 그가 “세상 삶이 끝나 제 눈에 하얀 커튼이 드리워져 유민 선생께 다가갔을 때 2회 창조인상을 맥지청소년사회교육원에 주길 잘했다며 따뜻하게 안아주실 것”이라며 “청소년들과 가슴을 맞대고 손을 맞잡고 행복 바이러스 전파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러곤 심사위원단과 참석자들에게 큰절을 올렸다. 순간 장내가 박수와 환호로 술렁였다. 이 교수는 1997년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대안교육을 발전시키고자 전남 광주 지역에서 맥지청소년사회교육원을 출범시켰다. 이 교육원은 민주화 정착을 위해 1980년대 태동한 ‘맥지회’를 중심으로 창립됐다.

 문화부문 수상자인 가구디자이너 박종선(42)씨는 목수·가구장이·디자이너·건축가 등 나무를 다루는 모든 직업이 그에게 어울린다는 평을 받는다. 소박하면서도 단순한 ‘나무로 돌아가기’ 정신이 그의 작품 기조에 깔려있다. 박 디자이너는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말을 듣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질문을 던졌는데 ‘하던 대로 하세요’라는 답이 나오더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의미가 큰 상을 가슴에 새기고 열심히 하던 대로 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는 김옥렬 전 숙명여대 총장,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김두희 전 법무부 장관 등이 발걸음을 했다. 송자 전 교육부 장관,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오세정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강준혁 성공회대 문화대학원장, 승효상 이로재 대표도 심사위원 자격으로 자리를 함께했다.

가족으로는 홍라희 리움미술관장, 홍석현 회장, 홍석조 보광훼미리마트 회장, 홍라영 리움미술관 부관장, 노철수 코리아중앙데일리 발행인 등이 참석했다.

글=문병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초고체(超固體·supersolid)=고체 헬륨 내부 일부가 점성이 없는 유체 상태로 변한 것을 말한다. 이를 초유체 현상이라 하는데 내부 원자들 간에 서로 붙잡고 있는 힘이 없어지면서 점성이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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