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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곡의 묘미 맛볼까 화려한 무대 택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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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2009년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린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하이든의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을 현악4중주로 연주했다.

음악축제의 강자(强者)는 오케스트라다. 세계 각국의 교향악단은 날이 따뜻해지면 긴장을 푼다. 봄·여름에 뉴욕필은 센트럴 파크, BBC 심포니는 하이드 파크, 베를린필은 발트뷔네에서 축제를 펼친다. 이에 비해 실내악 축제는 틈새시장이다. 조용하고 경치 좋은 곳엔 실내악이 제격이다. 핀란드 쿠모, 일본 벳푸, 스위스 베르비에 등에선 청중이 연주자들의 호흡을 들여다본다.

 이달 서울에서 두 종류의 음악축제가 동시에 열린다. 실내악이 위주의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 오케스트라와 협연자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제(SIMF)다. 프로그램 선곡에선 SSF가 앞선다. 6년째 다양한 실내악을 차려냈던 내공답게 12일간의 선곡이 절묘하다. 예술감독인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씨가 세계의 다양한 실내악 축제에 참가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주도해 짠 프로그램들이다. 바이올린·첼로·피아노의 가장 표준적인 피아노 3중주부터 피아니스트 6명이 두 대의 악기를 나눠 맡는 R 슈트라우스의 작품, 피아니스트 8명이 4대의 피아노를 연주하는 하차투리안의 음악 등을 배치했다. 첫 회부터 이 축제를 함께 만들어온 김영호(피아노), 양성원(첼로), 김상진(비올라) 등의 끈끈한 무대가 특징이다.

 화려함에선 SIMF가 돋보인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드보르자크 교향곡,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등으로 실험성이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미샤 마이스키(첼로), 막심 벤게로프(바이올린·지휘), 피터 야블론스키(피아노) 등 세계적 스타를 불러들였다. 코리안 심포니·서울시향 등 오케스트라가 주요 무대에 선다. 3회째인 올해 처음으로 예술감독을 맡은 바이올리니스트 김민씨는 “내년에는 레온 플라이셔(피아노), 기돈 크레머(바이올린) 등도 초청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11~22일 16회 공연.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 예술의전당, 호암아트홀, 덕수궁 등. 02-712-4879.

 ▶서울국제음악제=15~30일 7회 공연. 서울 예술의전당, 금호아트홀. 02-585-0136.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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