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그먼 '제2, 3의 게이츠 출현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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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는 새로운 경쟁체제에서 독점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한 ''신경제의 원로 경세가로 최후의 강자만이 살아남는 새로운 산업체제에서는 또다른 빌 게이츠들이 계속 출현하게 될 것이라고 폴 크루그먼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16일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날 뉴욕타임스 고정컬럼을 통해 게이츠의 경영전략을 독일군사전략가 하인츠 구데리안의 기습전법에 비유하면서 독일이 탱크와 폭격기를 발명한 것은 아니지만 이것들로 인해 전쟁의 본질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를 이해하고 세계를 거의 정복했던 것 처럼 MS도 퍼스널 컴퓨터를 만들거나 ''포인트 앤드 클릭'' 기술을 고안하지는 않았지만 IBM이나 애플과는 달리 이로 인해 기업경쟁의 본질이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를 꿰뚫어 세계정복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그는 게이츠가 새로운 경쟁체제에서 상품이 충분히 보급돼 다른 사람들도 이를 쓰지않고는 배기지 못할 때까지 싼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을 요체로 하는 ''네트워크 엑스터낼러티(Network Externality)''의 중요성을 유일하게 이해한 인물이었다고 지적하고 "윈도 95가 매킨토시 89를 베꼈다"는 애플측의 주장은 맞는 것이지만 이 역시 게이츠가 기업경쟁의 게임을 얼마나 잘 풀어 나갔나를 웅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루그먼은 MS가 2∼3개로 분리될 가능성이 높지만 MS가 성공의 규모에서 독보적이기 때문에 그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네트워크 엑스터낼러티''의 논리에는 원래부터 독점이 내포돼 있으며 새로운 산업의 정상적인 수명 사이클은 최후의 강자가 남을 때까지 경쟁자들이 잔인하게 도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투자자들이 "돈을 벌려면 초기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네트워크 엑스터낼러티를 신봉하고 이에 따라 행동을 하고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거두게 될 거대한 독점적 이익에 대한 기대만이 현재 손실을 내고 있는 기술주에 투자를 설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합법적인 시도와 불법적인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 남용의 경계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도 규칙을 마련해 놓지 못했다면서 "게이츠는 떠난 것이 아니며 설령 그가 떠났다고 해도 또다른 많은 빌 게이츠가 아직도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게이츠가 MS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해서 MS의 운영방식이 바뀌거나 미 법무부의 MS 분할계획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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