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 암도 날려버린 에이징어… 6년만에 정상복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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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시 우승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

암과의 사투, 다시는 골프를 칠 수 없을 것같았던 절망감, 그리고 6년여만의 우승. 폴 에이징어(40.미국)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에이징어는 17일(한국시간)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골프장(파70)에서 끝난 PGA투어 소니오픈대회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5타를 기록, 합계 19언더파 2백61타로 우승했다. 지난 1993년 8월 메이저대회인 PGA선수권 우승 후 6년5개월만의 정상 복귀다.

5세 때 일찌감치 골프를 시작했으나 중학교 때까지 80타를 깨지 못한 '골프둔재' 였던 에이징어는 82년 프로로 전향했다. 그러나 5년 동안 철저히 무명으로 지냈다.

그러다 87년 피닉스오픈 등 3개 대회를 제패, 커티스 스트레인지에 이은 상금랭킹 2위가 돼 일약 스타대열에 끼였다.

이후 해마다 1승씩을 올리며 안정된 기량을 보여온 에이징어는 93년 생애 첫 메이저타이틀인 PGA선수권에서 우승했다. 3개 대회를 제패, 제2의 전성기가 시작되는 듯했다. 그러나 그해 12월 뜻하지 않은 불행이 닥쳤다. 오른쪽 어깨에 암의 일종인 림프종 진단을 받은 것. 이후 고독한 투병생활이 시작됐다. 독한 항암제 치료로 몸은 삐쩍 말라갔고 머리는 빠지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도 에이징어는 골프채를 놓지 않았고 결국 골프에 대한 애정에 암세포도 굴복하고 말았다. 암 투병중에도 불구하고 에이징어는 94년 머리를 삭발한 채 PGA선수권 타이틀 방어에 나서 많은 갤러리들을 울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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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US오픈 마지막날 65타를 몰아쳐 54위에서 공동 14위로 뛰어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던 에이징어는 지난해 4개 대회에서 10위 이내에 들어 재기의 조짐을 보였다. 지난해말 JC페니클래식에서 박세리와 팀을 이뤄 출전, 2위를 차지해 국내팬들에게도 알려진 에이징어는 94년과 95년 림프종 연구기금 마련을 위한 자선골프대회도 개최하는 등 따뜻한 인간미의 소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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