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 Reading 정복기 <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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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인 기자 앤 패디먼(Anne Fadiman)이 1997년도에 쓴 『The Spirit Catches You and You Fall Down』 이란 책을 다시 펴 보게 된 계기는 2003년 새롭게 변한 SAT 문제를 풀면서다. 1999년 뉴욕에서 교육 대학원을 다닐 때 수강에 필요한 교재로 구입한 책으로, 1996년 태국에서 몽족 대학생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 필자에겐 매우 흥미롭고 인상적인 내용이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을 도왔던 라오스 거주 소수 부족인 몽족 사람 중 10만여 명이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주로 산에서 전통적 삶을 영유하던 이들 이주민들이 현대화된 미국, 그 중에서도 병원에서 겪었던 문화적 갈등과 소통 부재를 다뤘다. 이 책은 다문화된 교실에서의 소통을 교육학적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석사 과정 교재로 채택됐고, SAT실전 문제 지문으로도 사용 됐다.

 중국계 미국인 소설가 돈 리 (Don Lee)가 일본 출신 남자 친구와 중국 계열 여자 친구, 그리고 그들 사이에 끼어든 한국인 피를 물려받은 여성 시인의 삼각관계를 주제로 쓴 ‘The Price of Eggs in China’라는 단편 소설도 실전 SAT 문제에 등장한다. 2000년 퓰리처 소설상을 받았던 줌파 라히리(Jhumpa Lahiri)의 작품 중 『이름 뒤에 숨은 사랑(The Namesake)』이라는 장편소설에서도 지문이 발췌됐다. 종종 고전이라 불릴 만한 작품, 예를 들어 샬롯 브론테의 『셜리』나 에드워드 포스터의 『하워즈엔드』와 같은 장편소설이 SAT 지문으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SAT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새로운 관점으로 쓰여진 단편이나 장편소설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화』라는 책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 진 베트남의 틱낫한 스님이 쓰신 『Peace is Every Step』이란 책의 일부가 2009년 시험에 나왔을 땐 반가우면서도 신기했다. 미술사에서 페미니즘의 시작을 알린 1971년 린다 노친린 교수의 『왜 지금까지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가 실전 지문에 등장했을 땐 많은 학생들이 너무 어려워 난처함을 토로했다. 시카고 대학 교수였던 흑인 사학가 존 호프 프랭크린의 『A Life of Learning』이라는 회고록은 새로운 관점을 보여 주기도 했다.

 어려운 과학 지문도 종종 나온다. 물리학의 고전적 개념과 카오스 이론을 비교·대조 설명하기도 하고, 일반상 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초끈 이론’을 소개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만화, 영화와 같은 대중문화의 비평이 나오기도 한다.

 SAT는 한마디로 정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지문이 각양각색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한 동안 「Time」이나「The Economist」와 같은 시사 경제 주간지를 읽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던 적이 있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최선의 방법도 아니다. 필자는 「The New Yorker」와 같이 매주 발행되는 종합 잡지나 「The Atlantic Monthly」와 같은 월간지를 추천한다. 아마 두 잡지에 기고했던 작가들이 얼마나 많이 SAT 지문에 등장하는지를 알면 깜짝 놀랄 것이다.

 해마나 출판되는 『The Best American Essays』 나 『Short Storie』 시리즈도 좋다. 그리고 누군가 함께 읽고 토론할 상대가 있다면 SAT를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

<존 계 중앙일보 다빈치교육센터 카플란 sat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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