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근한 물 섞는 게 위스키향 가장 좋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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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호 22면

“골프와 위스키는 스코틀랜드가 전 세계에 준 선물입니다. 단순히 발상지만 같은 게 아니라 스포츠와 주류 분야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위치를 차지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특히 한국인들의 골프와 위스키에 대한 사랑을 보면서 ‘정말 좋은 품질을 알아본다’고 혼자 감탄하곤 합니다(웃음).”

시바스브러더스의 크리스천 포타(49·사진) 회장은 한국에 대한 덕담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1일까지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 골프장에서 열리고 있는 유러피언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을 주관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자연스럽게 골프 얘기부터 나눴다.

-날씨가 골프대회를 열기에는 좀 거칠지 않습니까.
“스코틀랜드에서도 날씨는 골프에 그리 친절하지 않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고 안개가 심한 날도 많아요. 영상 15도 정도면 35도인 곳보다 낫지 않습니까.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골프라는 스포츠의 본질입니다. 비가 와서 아쉽기는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유럽투어 경기를 열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발렌타인은 1989년 한국에 출시된 이후 8년 연속 ‘CEO가 가장 선호하는 명품브랜드’로 선정됐고 ‘소비자 선호도 1위’‘인천공항 면세점 판매 1위’ 등을 지키고 있습니다. 특히 발렌타인 애호가들은 골프 애호가이기도 합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 2008년 대회를 만들었습니다. 지난 3년간은 제주도에서 경기를 했지만 올해부터는 수도권 고객들이 좀 더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대회 장소를 옮겼습니다.”

위스키 쪽으로 화제를 돌렸다. 시바스브러더스는 프랑스 페르노리카 그룹 산하의 위스키 전문브랜드다. 발렌타인·시바스리갈·로열살루트 같은 고급 스카치 위스키와 싱글몰트 위스키인 글렌리벳을 생산하고 있다. 비피터 진도 여기서 만든다.

-위스키 같은 독주보다는 와인 등의 부드러운 술을 선호하는 것이 세계적인 트렌드인데 대응방안은 있나요.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을 피하는 것이 글로벌 트렌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스카치위스키에 대한 수요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3%씩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12년산 프리미엄급은 4~6%, 17년산 이상 울트라프리미엄급은 7~8%로 스탠더드급에 비해 성장률이 높습니다. 무조건 피한다기보다는 ‘조금 마시더라도 좋은 것을 마시자’는 쪽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고급 브랜드를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장래성이 있다고 자부합니다.”

-한국에서는 요즘 싱글몰트 위스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싱글몰트는 음악으로 따지면 바이올린 독주 같습니다. 개성이 뚜렷하고 사람마다 기호도 다르지요.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를 적절히 섞은 블렌디드 위스키는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교향곡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더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싱글몰트와 블렌디드 위스키는 경쟁자가 아니라고 봅니다. 게다가 우리는 글렌리벳 같은 좋은 싱글몰트도 생산합니다. 한국인들이 싱글몰트에 관심을 갖는다면 언제나 환영합니다.”

시바스브러더스의 지주회사 격인 페르노리카 그룹은 1805년 창립한 페르노와 1932년 주류사업
에 뛰어든 리카가 1975년 합병하면서 생겼다. 2000년대 들어 시바스리갈 등을 생산하는 시그램, 발렌타인의 얼라이드도맥, 앱솔루트 보드카 생산업체인 빈앤스프릿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직원은 전 세계에 1만8000명에 달한다. 지난해 6월 끝난 2009 회계연도 기준으로 매출 70억 유로(약 11조원), 영업이익 18억 유로(약 2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위스키 조니워커 등의 브랜드를 갖고 있는 세계 1위 주류업체 디아지오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술을 즐기시나요.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있나요. 우리는 전 세계 위스키 시장의 21%를 차지할 정도로 다양한 제품을 갖추고 있습니다. 위스키 외에도 비피터 진, 말리부·칼루아 등의 리큐르, 호세쿠에르보 테킬라를 비롯해 오스트리아 제이콥스크릭과 스페인 캄포비에호 와인 등 귀에 익은 제품이 많습니다. 페르노리카는 전 세계 100대 주류 브랜드 중 19개 브랜드를 갖고 있어요. 1년이 365일이 아니라 730일이더라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그래도 퇴근 후 서재에 앉아 마실 것으로 하나만 꼽는다면요.
“가격을 감안한다면 발렌타인 17년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얼음보다는 미지근한 물을 조금 섞어서 마시는 것이 가장 향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식 ‘폭탄주’를 아시나요.
“나라별로 위스키를 마시는 방법은 다 다르지요. 폭탄주도 마셔봤지만 내가 좋아하는 방식은 아닙니다.(웃음) 나쁘지는 않지만 추천할 만한 방법은 아닌 것 같아요.”
포타 회장은 88년 페르노리카에 합류한 뒤 재무담당 이사와 호주 시드니에 자리한 자회사 올랜도윈담의 최고경영자(CEO)를 거쳐 2004년 시바스브라더스 CEO가 됐다. 이듬해 발렌타인 인수에 성공하면서 세계 위스키 업계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영국 런던의 사우스켄싱턴에서 아내와 세 명의 자녀들과 함께 살고 있다.

-위스키 브랜드가 너무 많아서 포지션이 겹치지는 않나요. 예를 들어 로열살루트는 발렌타인 21년, 30년과 사내에서 경쟁을 해야 할 처지인데.
“나라마다 선호하는 브랜드가 다릅니다. 같은 나라에서도 고객층이 다르지요. 한국에서 발렌타인은 경영자들이 좋하해요. 시바스리갈은 광고나 영화 제작 같은 창조적인 직업을 가진 분들이 선호합니다.”

-한국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지요.
“매년 두세 차례 한국에 옵니다. 한국은 프리미엄 위스키에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 가운데 하나이고 경제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믿습니다. 스카치 위스키는 한국 음식과 조화가 잘됩니다. 불고기나 갈비와 함께 마시기 좋아요. 하지만 김치는 영 익숙해지지가 않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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