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머리띠 질끈 동여매는 것밖에 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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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용답동 군자차량기지에서 실시된 민주노총 탈퇴 찬반투표 개표 후 정연수 노조위원장(가운데)이 조합원들과 함께 파이팅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서울지하철노조가 53%의 찬성으로 전국민주노동조합연맹(민주노총)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지하철노조는 27~29일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탈퇴와 새로운 상급단체 창설 및 가입 여부를 묻는 조합원 총투표를 했다. 조합원 8639명 중 8197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 중 찬성이 4346표(53%), 반대 3822표(46.6%), 무효 29표(0.4%)로 집계됐다.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지하철노조는 민주노총의 대표적인 산하 노조이지만 지난 1월 민주노총 탈퇴를 공약으로 내세운 집행부가 압도적인 표차로 연임에 성공하면서 변화를 예고했다. 서울지하철노조는 지난 2009년 12월에도 민주노총 탈퇴를 묻는 총투표를 했지만 당시엔 반대가 우세해(54.5%) 탈퇴안이 부결됐다. 그러나 서울지하철노조는 지난해 KT·현대중공업 노조 등과 함께 ‘새희망노동연대’를 구성해 노동계의 대안세력 만들기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서울지하철노조는 앞으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 이은 세 번째 상급노조단체(가칭 국민노총) 설립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정연수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은 탈퇴안이 가결된 29일 오후 성동구 용답동 군자차량기지 내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했다. 정 위원장은 “현재 노동운동은 정치이념 투쟁과 귀족 노동운동에 매몰돼 조합원과 괴리돼 있다”며 "노동자와 국민에게 꿈과 희망이 되지 못하고 있어 민주노총에서 탈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같은 시대에 계급투쟁이나 북한을 추종하는 종북(從北)주의가 가당키나 한 얘기냐”며 “ 노조 상층부에선 아직도 이런 것이 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1981년 서울시 공무원으로 들어와 같은 해 지하철공사가 출범하면서 공사 직원이 됐다. 2006년 14대 노조위원장에 당선된 이후 3선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년 전엔 부결됐지만 이번엔 가결이 됐다.

 “오랜 기간 민주노총과 함께해왔으니까 조합원들도 탈퇴안에 찬성표를 던질 때까지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다. 처음엔 투쟁하라고 위원장 뽑아줬더니 이상한 소리만 하고 다닌다고 욕 많이 먹었다. 하지만 우리 노조에 대한 외부 평가가 긍정적으로 변하니까 조합원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기존 노조단체에선 부정적인 입장인데.

 “지금 노조단체는 머리띠 질끈 동여매는 거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노동운동이 시대에 맞게 도덕성을 강화하고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등 사회공헌 세력이 된다면 국민이 환영할 것이다.”

 -국민노총 설립 일정은.

 “새희망노동연대 대표자 회의를 5월 중 열어 준비위를 발족하고 6월엔 설립하려 한다.”

 -국민노총을 만들면 뭐가 달라지나.

 “노동운동이 경쟁 시대에 돌입해 소비자인 조합원 중심의 노동운동을 할 수 있다. 상급단체 지도부 구성에도 변화를 줄 것이다. 민주노총처럼 위원장 1인의 절대적 권력이 아닌,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해 수평적인 리더십을 만들 것이다.”

 -국민노총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자본과 시장을 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튼튼한 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견제하는 경영참여노조다.”

 -개별 기업에 복수노조가 허용되는 7월 이후 서울지하철에 다른 노조가 설립돼 민주노총에 가입할 가능성은 없는가.

 “당장은 복수노조가 생기기가 어렵다. (노동단체들이) 서로 정체성을 존중하는 성숙한 문화를 가져야 한다.”

글=전영선·양원보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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