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호 전 차관 입 여는 게 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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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공사(전 철도청)의 러시아 유전개발 투자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12일 구속된 김세호(52) 전 건설교통부 차관을 상대로 유전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 정치권 인사의 부탁이나 청와대 관계자 등의 압력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차관의 입을 여는 것이 앞으로 남은 외압의혹 수사의 관건"이라며 "다음주부터 수사가 마지막 단계로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대통령 러시아 방문 맞춰 졸속 추진"=검찰은 구속된 철도공사 신광순 전 사장과 왕영용 전 사업개발본부장 등으로부터 유전사업을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순방(9월 20~23일) 일정에 맞추려 했다는 진술을 일부 확보했다. 신 전 사장 등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철도공사가 민간 사업자들과 함께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청와대.정부기관 등이 측면 지원한 배경이 설명이 된다.

검찰은 일단 다음주 초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하는 것을 시작으로 외압 수사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 장관은 지난해 8~9월 신광순 전 사장, 김 전 차관 등에게서 유전사업 관련 보고 또는 건의를 받은 것으로 검찰이 파악하고 있다.

청와대의 경우 어느 선까지 보고받고 개입했는지도 검찰이 밝혀야 할 부분이다. 지난해 8월 김 전 차관의 지시를 받은 왕 전 본부장에게서 유전사업 보고를 받은 청와대 김경식 행정관이 이를 상급자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 "김 전 차관, 이광재 의원과 4~5차례 만나"=이번 사건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이 김 전 차관과 2003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철도청장 시절 노사분규와 관련해 청와대로 보고를 하러 갔다가 당시 국정상황실장이던 이 의원에게 인사를 했으며 그후 국정상황실 행정관의 환송회 때와 지난해 2월 강원도 수해복구 현장 등에서도 합석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12일 "(김 전 차관을) 4~5차례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여럿이 함께 만났고 유전사업 이야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차관이 철도청장으로 재직하던 2003년 7월 철도청 파업이 마무리된 뒤 (김 전 차관이) 직원들에 대한 징계 문제로 힘들어할 때라 위로차 처음 만났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전 차관은 그동안 "이 의원과 친분관계가 거의 없다""만난 기억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조강수.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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