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3년간 확장 안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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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앞으로 2~3년 동안 신규업종 진출이나 기업의 흡수.합병에 눈을 돌리지 않고, 주력기업인 삼성전자를 인텔(미국).소니(일본)처럼 세계 최일류기업으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13일 "삼성은 사업다각화보다 주력업종 강화를 그룹의 기본 전략으로 채택했다" 며 "이건희 회장도 주력업종인 금융과 전자, 특히 전자분야에서 세계 최고기업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세전(稅前)이익 4조원을 올렸지만 주식 시가총액(44조원)과 이자율(10%대)에 비추어 결코 많은 게 아니라는 게 李회장의 생각" 이라며 "앞으로도 3조~4조원 이상의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반도체.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정보통신 등 삼성전자가 경쟁력을 갖춘 고수익 분야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그룹의 경영목표를 국내시장에서의 덩치 싸움에서 수익 위주로 바꾼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부채비율이 97%대로 낮아졌고 현금흐름이 원활한 속에서도 미래 사업전망이 불투명하고 기대수익률이 낮은 타업종 진출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그룹 차원에서도 대우자동차의 역빅딜이나 한국중공업의 민영화 등에 참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주력분야에 투자를 집중할 경우 2~3년 안에 소니의 매출액을 따라잡고, GE.인텔처럼 시장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은 이를 위해 당분간 적자가 예상되지만 미래 성장성이 높은 인터넷과 디지털분야, 벤처기업(생명.환경.정보통신)을 제외하고는 모든 투자여력을 주력업종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최근 D램.S램과 TFT-LCD에 이어 플래시 메모리반도체까지 2~3년 안에 세계 1위를 차지한다는 '2000년대 반도체 비전' 을 발표했다.

경기도 화성군 지방산업단지에 30만평 규모의 반도체 제2단지를 조성하는 등 올해 설비분야에 22억달러, 연구개발 분야에 6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은 차세대 동영상이동통신(IMT-2000)사업도 통신설비.장비 공급에만 그치기로 내부적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설비 쪽에 경쟁력이 있지만 IMT-2000사업의 서비스 분야까지 진출할 경우 한국통신.SK텔레콤 등 선발업체와 경쟁해야 하고 투자금액이 너무 크다는 판단에서다.

삼성 관계자는 "미국 증시의 거품이 빠지거나 원화환율이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 며 "증시나 외부환경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세계 1위로 올라선 주력품목을 중심으로 시장지배력을 높이는 게 최선" 이라고 덧붙였다.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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