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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L-타임워너 합병 파장

중앙일보

입력

아메리카 온라인(AOL)과 타임워너사의 주가는 합병발표 이틀만에 다시 급락했으나 세계 인터넷과 미디어업계의 합병러시를 초래하고 논란을 빚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반독점법 위반사건 처리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 10일 뉴욕증시 개장전 총 1천550억달러로 추산됐던 양사의 주가는 당일 1천800억달러를 넘어선 상태에서 장을 마감했으나 이틀만에 원래 수준으로 하락했다.

AOL 주가는 지난 주말의 주당 73달러에서 61달러로 폭락했으며 타임워너 주가는 지난주말의 64.75달러보다는 크게 오른 81달러에 달했으나 지난 10일 기록된 최고치 90달러선에는 크게 못미쳤다.

시장이 이처럼 사상 최대 합병의 환상에서 빨리 벗어난 것은 투자자들이 서로 다른 업종간에 이뤄진 합병의 성공 가능성과 합병회사의 향후 주가에 의문을 가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투자자문사인 메릴린치의 인터넷분야 전문가 헨리 블로제트는 대부분 획기적인 합병의 주가고점은 기자회견 시점이었다고 지적하고 그 이후에는 내부분열, 문화적 충돌, 집중력.경쟁력.주체성 상실, 가치하락 그리고 두뇌유출 등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또 주가는 AOL의 경우 지난해 100% 상승했지만 타임워너는 6%가 오르는데 그쳤기 때문에 합병회사의 성장률을 평가하기도 어렵고 인터넷 관련 주식들의 강한 상승세가 이 회사에도 적용될 것인지를 판단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기술관련 주식이 주도하는 나스닥지수가 85% 상승한 지난해에는 인터넷 관련 주식이 증시의 선호종목이었으나 새해들어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AOL의 경쟁상대인 야후의 주가는 12일 전날보다 4.5% 하락한 주당 379달러로 마감돼 작년말보다 7%가 떨어졌다.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도 합병회사가 서로 다른 양사의 기업문화를 통합하고 서로 다른 유통과 마케팅망을 활용하는 것이 과제라며 현재 양사가 보유한 30억달러의 은행잔고가 통합과 발전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아니면 회사가 빚더미에 올라 앉을지는 두고봐야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번 합병으로 다른 미국기업들의 합병 뿐만 아니라 미국기업의 세계시장 지배를 저지하기 위한 유럽기업들의 유사 합병이 러시를 이룰 전망이다.

MCI 월드콤사의 스프린트사 합병은 버나드 에버스 사장이 감독당국의 제동을 과소평가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일축한데다 연방통신위원회(FCC) 윌리엄 케나드 위원장도 사소한 수정만 가하면 이 합병이 소비자에게 유리한 것임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성사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탈리아의 최대 민간 미디어그룹인 미디아세트사의 마우리치오 카를로티 회장은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대합병에 맞서 유럽에서도 TV와 기술업체간의 제휴를 추진할 때라고 지적했다.

AOL-타임워너 합병발표 이후 미디어세트사의 주가는 급등했으며 분석가들은 미디어세트가 유럽에서 유사한 합병을 추진할 수 있는 좋은 후보라고 말했다.

미디어세트는 독일 키르흐그룹과 유럽 TV네트워크를 창설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합작 상대를 물색중이다.

이 회사는 또 마이다세트 온라인과 이탈리아의 디지털위성네트워크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TV채널을 거느릴 미디어디지트라는 회사의 창립도 추진중이다.

한편 AOL의 타임워너 인수는 현안인 마이크로소프트사 사건 등 반독점법 관련문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조지워싱턴대학의 반독점 전문가인 윌리엄 코바치치 법과대 교수는 양사의 합병이, 업계가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으며 거의 매달 놀라운 방향으로 변화를 계속할 것임을 판사들에게 분명히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 합병발표 직후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이번 합병이 특히 인터넷분야에서 기술산업이 얼마나 역동적이고 경쟁이 치열한 분야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대한 소송은 이 회사의 인터넷브라우저인 엑스플로러가 경쟁상대인 넷스케이프를 압도하려는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최근 AOL사가 넷스케이프를 100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의했고 마이크로소프트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토머스 펜필드 잭슨 판사도 이 합병제의가 첨단기술업계를 뒤흔들 것이라고 언급함으로써 상황이 다소 달라지고 있다.

코바치치 교수는 따라서 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경쟁상대들과 고객들을 약자로 대변하고 있으나 AOL은 점점 더 약자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업체들이 자기 앞가림을 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경쟁력을 둔화시킬 강력한 조치가 필요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사를 3개의 회사로 분할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

한편 백악관은 AOL과 타임워너간의 합병에 대해 현재로서는 의견이 없다고 밝히고 그러나 이에 대한 검토는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뉴욕.워싱턴 AP.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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