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예보에 긴장한 분당을 강재섭·손학규 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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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궐 선거의 최대 격전지인 경기 성남 분당을엔 투표일에 비가 내린다고 한다. 기상청은 24일 서울·경기지역 주간예보를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26일은 서쪽에서 다가오는 저기압 영향으로 비가 오겠으며, 27일 전반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한 줄 때문에 한나라당 강재섭·민주당 손학규 후보 캠프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분당 같은 ‘베드 타운(주거 중심 도시)’엔 비가 투표율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라고 봤기 때문이다. 분당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에게 비는 곧 교통체증을 의미한다. 서울 여의도로 출근하는 직장인 조모씨는 평소 집인 정자동 우성아파트 앞에서 오전 7시15분쯤 광역버스를 탄다. 이보다 늦으면 버스에 빈 자리가 없고, 이르면 출근경로인 경부고속도로에 버스전용차로제(평일의 경우 오전 7시~오후 9시)가 시행되지 않아 버스를 타는 효과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버스에 오르면 여의도에 오전 8시30분쯤 도착한다.

 조씨는 “비가 내리면 출근시간이 20~30분은 더 걸리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엔 ‘방사능 비’에 대한 우려 때문에 비가 내리면 자가용을 몰고 나오는 직장인들이 많아져 분당~서울 출근길은 더 막힌다고 한다. 27일 예보대로 비가 올 경우 조씨가 평소처럼 늦지 않게 출근하려면 오전 7시 전에는 버스를 타야 한다. 그가 투표까지 하고 직장으로 가려면 오전 6시30분쯤엔 집에서 나와야 한다.

 민주당은 조씨 같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해 투표율이 낮아질까 봐 긴장하고 있다. ‘투표율이 낮으면 여당이, 높으면 야당이 유리하다’는 정치권의 통설이 분당을에도 통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투표율이 올라가려면 상대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층이 투표장으로 가야 하는데, 분당을의 젊은이들도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다고 민주당은 분석한다. 미국의 경우 “선거일 날씨가 맑아 놀러 가는 이들이 늘고 투표율이 낮아지면 보수당인 공화당이 유리하다”는 뜻의 ‘리퍼블리컨 블루(Republican Blue)’라는 용어가 있듯 날씨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름없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이 24일 “비가 내린다고 하더라도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정권 심판의 디딤돌을 마련해 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한 건 이런 까닭에서다.

 하지만 한나라당도 비 소식에 불안해 하고 있다. 강 후보 캠프 대변인인 이두아 의원은 “서울로 출퇴근하는 젊은 층에서도 강 후보를 찍을 이들이 적지 않다”며 “더 큰 문제는 비가 오면 한나라당의 안정적 지지층인 노·장년층이 아예 집 밖으로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열린 재·보선 중 가장 투표율이 낮았던 2008년 6·4 선거(투표율 23.3%) 땐 전국적으로 비가 내렸다. 이때 한나라당은 기초단체장 선거 9곳 중 1곳에서만 이겼다. 당시 여당의 패배를 날씨와 투표율 탓이라고만 할 수 없지만 노년층 투표율이 떨어지는 바람에 한나라당이 손해를 본 건 사실이다.

 이처럼 양당이 날씨 변수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정도로 분당을에서는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강 후보는 부활절인 24일 교회를 돌며 예배를 7차례나 봤다. 또 주말 동안 한나라당 의원 43명을 부르는 ‘총동원전’도 펼쳤다. 이에 맞서 손 후보는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또 이날 오전에만 조기축구회 모임 5곳을 찾았다.

남궁욱·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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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前]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前] 한나라당 국회의원(제17대)

1948년

[現]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194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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