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렸던 미술계 기지개 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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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기간동안 '긴축 재정'을 외치며 잔뜩 움츠러들었던 미술계가 올해부터 풀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형 국제전을 비롯, 해외 작가 초청전 등이 풍성하게 계획돼 있는 것. 지난해에 작고 작가 회고전 중심으로 '안전하게' 갔던 것과 대조적이다.

국제전으로는 제3회 광주 비엔날레와 서울시의 '미디어 시티 2000'이 눈에 띈다. '미디어 시티 2000'(9월)는 2년마다 열리는 대규모 영상전. 테크놀로지와 예술을 결합하는 최근 미술의 추세를 실감할 수 이쓴ㄴ 자리다. 총감독은 성신여대 송미숙 교수가 맡았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오광수)은 오는 3월 주요 국제전 참여 작가들을 소개한다. 이불.강익중(베니스 비엔날레).김수자(상파울루 비엔날레)등의 화제작.최근작을 만날 수 있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받은 루이스 부르주아의 회고전도 하반기에 열릴 예정이다.

올해 말로 계획됐던 '누보 레알리즘'전은 2001년 초로 미뤄졌다. 니키 드 생팔.세자르.크리스토 등 프랑스 누보 레알리즘의 기수들이 소개된다.

현대미술관 분관으로 98년말 문을 연 덕수궁 미술관은 좀더 대중적인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한.러 수교 10주년 기념전 '러시아 천년의 삶과 예술'(7월)과 파리 오르세 미술관의 소장품으로 꾸며지는 '인상파와 근대 미술'(10월), 고야 판화전(10월)등이다.

사립 미술관으로서 단연 앞선 기획을 선보여온 삼성미술관(관장 홍라희)은 2000년 '빅카드'로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레이저 아트를 선보인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다음달 11일부터 열리는 초대전을 한국으로 옮겨오는 일을 추진 중이다. 개최 시기는 여름방학 기간이 될 예정.

근대 화가 이인성의 50주기전(12월), 국내.외 앵포르멜 미술을 비교하는 '전후 추상미술전'(3월)등도 잡혀있다. 이인성은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이 그의 선전(鮮展)특선작 '카이유'를 일본에서 사들이면서 재조명을 받은 인물. 설치미술가 김수자씨의 개인전도 3우러에 잡혀 있다.

아트선재센터는 '정체(正體)와 정체(停滯)-코리언 아메리칸'(5월)을 내놓는다. 대우그룹 해체로 경영난을 겪는 중에도 김선정 부관장이 활발히 스폰서를 찾아다닌 성과다. 미국 20여개 기업으로부터 25만달러를 유치했다.

지난해 개관 10주년을 맞은 금호미술관(관장 박강자)은 지난 연말부터 계속된 '밀레니엄 바람'의 막차를 탄다. 정치.사회.경제에 걸쳐 지난 1백년 간의 주요 사건을 텍스트 중심으로 정리한 '국사 하(下)'전을 2월에 여는 것. 전시.연극.영화.문학.음악.무용 등 문화전반에 걸쳐 자료가 얼마나 관람객들에게 시각적으로 어필할 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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