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가왕도 전설도 부담스럽다 … 나는 가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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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왕(歌王)’ 조용필은 올해로 예순한 살이다. 생의 대부분을 가수로 살았다. 그가 마이크를 놓은 적은 없다. 노래를 짓고 부르며 43년을 보냈다. 그러나 그의 손은 마이크만 붙들고 있지 않다.

15일 그는 전남 고흥의 소록도에서 공연을 했다. 한센인의 손을 맞잡고 그들을 위로했다. 지난해 첫 소록도 공연 때 “다시 오겠다”고 한 약속을 지켰다. 그가 즉석에서 신청곡을 부를 때, 한센인은 얼굴을 무너뜨리며 웃었다.

 장학사업에도 열심이다. 2003년부터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남몰래 장학금을 쥐여주곤 했다. 2009년 설립된 조용필장학재단은 매년 40여 명의 중·고등학생에게 학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펼쳤던 콘서트의 수익금은 소아암 어린이를 돕는 데 쓰였다.

다음 달 7일부터 2년 만의 전국 투어 콘서트를 펼치는 가수 조용필씨. 그는 요즘 한 방송사와 특집 다큐멘터리를 촬영 중이다. 20년 가까이 방송 출연을 삼갔던 그는 “앞으로는 TV 출연도 배제하지 않겠다. 팬들과 만나는 폭을 더욱 넓혀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변선구 기자]


그는 “대중에게서 받은 사랑을 사회에 환원하는 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가왕의 손은 그래서 어루만지는 손이다. 한 손으론 마이크를 붙잡고, 다른 손으론 소외된 이웃의 손을 매만진다.

 ‘가왕’ 조용필씨를 19일 오후 만났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그의 사무실엔 지난해 잠실 주경기장 공연 실황을 담은 대형 사진이 걸려 있었다. 국내 공연 사상 최초로 선보인 ‘무빙 스테이지’가 사진에 담겼다. 폭 20m의 무대가 관객 머리 위 6m 높이로 떠올라 움직이는 장치다. 그는 “지난해 공연이 끝난 뒤 무빙 스테이지를 다시 보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지방 팬들의 아쉬움이 컸다”고 말했다.

 그가 2년 만에 전국 단위의 투어 콘서트(1544-1555)를 마련한 것도 그 때문이다. 조씨는 다음 달 7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을 시작으로 의정부·청주·창원 등으로 공연을 이어간다. 그는 “지난해 주경기장과 똑같은 규모의 무대를 선보이겠다”고 했다. 무빙 스테이지를 옮기는 데만 5t 트럭 7대가 동원된다고 한다. 오랜만의 투어 콘서트가 부담스럽진 않을까. “지난해의 경험이 탄탄해서 걱정되는 건 없다. 그저 편안하게 무대를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사람들은 그런 그를 ‘가왕’이라 부른다. 누군가는 ‘한국의 마이클 잭슨’(이승철)이라고 하고, 또 다른 이는 ‘우리 시대의 위인’(소녀시대 태연)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정작 그 자신은 세간의 칭호에 손사래를 친다. 그는 “‘전설’도 ‘가왕’도 부담스럽다. 나는 가수다. 가수 조용필로 불리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소록도 공연이 감동적이었다.

 “약속을 했기 때문에 다시 갔을 뿐인데 외부에 너무 크게 알려져 사실 좀 송구스럽다. 조용히 다녀오려고 했는데….”

 -공연은 어땠나.

 “지난해에 두 곡밖에 들려드리지 못해 아쉬웠다. 이번엔 신청곡도 불러드리면서 편하게 즐겼다. 한센인이 자기 표현에 서툴다고 하던데 제 뺨도 어루만지고 어깨도 토닥이면서 반가워해 주셨다. 마음과 마음이 교감했던 무대였다.”

 -노래 연습은 어떻게 하나.

 “공연 없을 때는 거의 하지 않는다. 괜히 목에 부담을 줄 필요가 없다. 대신 공연이 잡히면 시간을 정해 조금씩 목을 트이게 한다. 목소리에 시동을 슬슬 거는 거다.”

 -가수의 가창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대중가수와 성악가는 다르다. 대중가수의 가창력은 정해진 기준이 없다. 개성 있는 목소리, 감성을 전달하는 능력, 노래하는 스타일 등 이 모든 게 가창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1990년에 발표된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가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 삽입돼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올랐었는데.

 “방송을 보진 못했고 그런 소식을 듣긴 했다. TV에 안 나가니까 젊은 층은 내 노래를 접할 기회가 없었던 모양이다. 요즘 음악과는 다르니까 새롭다고 느꼈던 것 같다.”

 -요즘 가요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노랫말에 좀 더 신경을 쓰면 좋겠다. 가사가 노래의 절반인데 요즘엔 격이 있는 노랫말을 접하기 힘든 것 같다. 멜로디에 그냥 집어넣는 식으로 가사를 만들어선 안 된다. 음악에 노랫말이 잘 스며들도록 곡을 쓸 때부터 고려해야 한다.”

 -좋은 음악이란.

 “간단하고 외우기 쉬운 음악이다. 편곡을 한답시고 기교를 부리다 보면 생명력이 긴 음악을 만들 수 없다.”

 -전속 밴드 ‘위대한 탄생’과 오래도록 음악을 해왔다.

 “나는 밴드 출신이다. 밴드를 벗어날 수 없고 벗어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인디밴드 쪽에서 뭔가 확 터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다양한 장르가 공존할 수 있다.”

 -언제까지 음악을 할 수 있을까.

 “예순을 넘다 보니 노래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자주 고민하게 된다. 노래하는 사람은 스스로가 안다. 무대에서 내려와야겠다는 느낌이 들면 그때가 노래를 그만둬야 할 시점이다.”

글=정강현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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