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 김치박물관 체험 프로그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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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를 양념에 버무릴 때는 ‘고갱이’라고 부르는 어린 잎사귀에 먼저 양념을 묻힙니다.” “아, 이 작은 잎이 고갱이구나.” 16일 서울 코엑스의 풀무원 김치박물관이 진행하는 김치 체험프로그램 현장. 학예연구사가 절인 배추를 들고 양념을 묻히는 시범을 보였다. 봄나들이 삼아 나온 인천 간재울중 3학년 학생 20여 명의 손이 바쁘게 따라 움직였다.

“김칫소에 들어갈 재료들을 알아볼까요.”학생들 앞에 다진 마늘, 생강, 새우젓, 고춧가루와 함께 감초가루와 매실이 작은 종지에 담겨있었다. 황지연(인천 간재울중 3)양이 감초와 매실의 쓰임새를 묻자 “새우젓이 짠 맛을 나게 하는 반면 감초와 매실은 단맛이 나게 한다”고 학예연구사가 답변을 했다. 이에 김혜린(인천 간재울중 3)양은 “난 달콤한 맛을 좋아하니 내 김치에는 매실을 좀 더 넣어야겠다”고 말했다.

앞서 배추를 절이는 방법에 대해서도 간단히 배울 수 있었다. 소금물에 8시간 정도 절여야하기 때문에 시간 관계상 체험장에는 이미 잘 절여진 배추들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에 김칫소를 버무리면서 본격적인 김치 만들기가 시작됐다. 학생들은 위생장갑을 끼고 세 쪽으로 쪼갠 배추 잎사귀 한 장 한 장에다 세심하게 양념을 발랐다.

진지한 표정으로 “매실을 좀 더 넣어”“고춧가루를 너무 많이 넣었다”며 서로의 김치의 간을 봐주는 모습이 김치를 담가본 경험이 많은 주부 못지않았다. 학생들은 다 만든 자신의 김치를 서로의 입에 넣어주며 “내 것이 더 맛있다”며 품평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체험을 하면서 만든 김치는 통에 담아 집에 가져갈 수 있게 했다. 홍수빈(인천 간재울중 3)양은 “내가 만든 김치를 엄마에게 자랑해야겠다”고 말하며 통에다 오늘 날짜와 함께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홍예린(인천 간재울중 3)양은 “오늘 각종 김치들의 영어 명칭도 배웠다”며 “사람이 머리를 묶은 형상에 비유해 총각김치를 ‘포니테일’ 김치라고 부른다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김치 종류가 200가지가 넘는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이예은(인천 간재울중 3)양은 이날 설명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퀴즈도 진행됐다. 김치를 가장 맛있게 숙성시킬 수 있는 온도와 기간을 묻는 문제가 나오자마자 한 학생이 번쩍 손을 들고 “섭씨 3도에서 5도, 2주 숙성”이라고 재빨리 정답을 외쳤다.

김치박물관은 김치 담그기를 체험을 하루 4차례 열고 있다. 김치 만들기 체험은 김치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역사와 종류, 효능과 같이 김치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들을 배울 수 있다. 풀무원 김치박물관 학예연구사 신수지씨는 “요즘 김치를 잘 먹지 않는 아이들이 많다”며 “하지만 체험을 통해 직접 김치를 만들어 보면서 김치를 좋아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체험프로그램은 박물관에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하고 가야한다. 주로 어린이와 학생들이 참여하며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사진설명] 풀무원 김치 박물관의 김치 담그기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이 자신들이 만든 김치를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설승은 기자 lunatic@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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