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서 만든 현대차 상하이선 왜 푸대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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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7일 일요일 오후 중국 상하이(上海) 푸둥(浦東) 지역의 최대 관광지인 둥팡밍주타(東方明珠塔) 인근. 정체로 인해 수백 대의 차량이 수십 분 동안 1m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많은 차량 중 최근 중국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현대차나 기아차는 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시민들에게 물어봤더니 나온 반응은 ‘와이디(外地)’. 바로 지역 감정이다. 상하이에서 만든 차량이 아니라 베이징(北京)에서 만들었다는 얘기다. 현대차그룹은 2002년 베이징에 합작 공장을 지으며 중국에 진출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70만 대를 팔며 외국 합작법인 기준으로 독일 폴크스바겐그룹, 미국 GM에 이어 점유율 3위(8.8%)를 기록했다. 19일 개막한 상하이모터쇼에서도 현대차는 중국형 아반떼인 웨둥(悅動)의 후속 모델을, 기아차는 중국형 프라이드 세단의 후속 모델인 K2를 선보였다. 현대차그룹이 잘나가고 있지만 ‘베이징’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현대차그룹은 제1, 2 공장에 이어 베이징에 제3공장을 짓고 있다.

 중국 내 지역 간 감정이 여전한 가운데 폴크스바겐 브랜드의 조립 생산 차량이라도 만든 지역에 따라 인기가 다르다. 상하이에서는 상하이자동차그룹(SAIC)에서 조립 생산하는 파사트의 인기가 이치자동차그룹(FAW)이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에서 만드는 골프보다 높다. 단순히 지역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차량 편의 사양과도 연관 있다. 대표적인 것은 실내 공조장치다. 상하이 시민들은 온난하지만 습한 날씨로 자동차 에어컨 성능에 민감하다고 한다. 겨울철에는 영하로 거의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차량 난방 성능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반대로 베이징 시민들은 추운 겨울 날씨로 인해 자동차를 고를 때 뒷좌석까지 더운 바람이 잘 나오는지 꼭 확인한다고 한다. 그리고 잦은 황사로 인해 공기 청정 기능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상하이=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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