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남극착륙선 `협곡 추락'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2월3일 이후 한달째 지구와 교신이 두절되고 있는 화성극지탐사선 `마스 폴라 랜더(MPL:Mars Polar Lander)호가 화성의 한 협곡(canyon)에 추락, 파손됐을지 모른다고 미 콜로라도주 일간지 덴버포스트가 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탐사선계획에 참여했던 록히드 마틴사 과학자들의 말을 인용, MPL이 깊이 약 1마일, 폭 6마일의 한 깊은 협곡에 착륙, 마치 다리 하나가 없는 의자처럼 굴러떨어지면서 계곡 벽에 부딪쳐 파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과학자들은 미 항공우주국(NASA)과 제트추진연구소(JPL)가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한 `예상착륙좌표''를 분석한 결과 MPL이 실제 내린 지점은 남근 근처인 남위 76.13도와 동경 164.66도로 그랜드 캐니언과 같은 미지의 한 협곡 경사면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이런 착륙좌표가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록히드 마틴의 일부 우주항공 과학자들은 그 좌표를 정확히 MPL이 착륙한곳으로 믿고 있다.

익명의 한 록히트 마틴 소식통은 "우주선의 열차폐(heat shield) 분리와 낙하산전개 등 모든 것이 제대로 작동됐다면 바로 그 좌표에 MPL이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MPL이 깊이 약 1.3㎞의 협곡에 착륙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반면 경사 10도나 15도의 완만한 평지에 내렸을 가능성은 희박하거나 전무하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런 데이터가 지난 몇주간 널리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나사는 아직도 MPL 실패 이유에 관한 아무것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소식통은 "실제 착륙지점(협곡)이 현재 우리가 MPL로 부터 수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첫번째 이유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런 발언이 화성탐사임무에 참여한 사람으로서는 처음 실패원인에 관해 언급한 것이라면서 록히드 마틴의 MPL연구팀이 언론에 발설하지 말도록 요청받았다고 밝혔다.

나사 산하 JPL의 한 고위 관리는 MPL의 소재가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면서 나사 과학자들은 지난 97년 화성궤도를 돌고 있는 탐사위성 화성 글로벌 서베이어호에 탑재된 카메라로 계속 위치를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서베이어프로그램에 참가한 다니엘 맥클리스 박사는 "우리는 MPL이 협곡 근처의 한 지역에 착륙한 것으로 믿고 있으나 협곡 경사면과 충돌했는지 여부를 알 길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나사와 JPL 사이트에 게재된 착륙좌표는 MPL이 화성대기권으로 진입, 화성 표면에 착륙했을 지점을 단순히 계산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나사가 1억6천500만달러를 들여 지난해 1월 3일 발사한 MPL은 작년 12월 3일 화성의 남극점에서 800㎞ 떨어진 평원에 착륙, 물의 존재를 확인하고 각종 소리를 녹음하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었으나 착륙 이후 지구와 수신이 끊겼다.

[로스앤젤레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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