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는 간 때문이야’ 광고의 허와 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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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차두리 광고는 “피로는 간 때문이야”라고 한다. 정말 그럴까?
피로는 강도가 높은 일이나 활동을 한 후에 나타나는 정상적인 증상일 수도 있지만, 평소에 비해 낮은 강도의 일이나 활동을 해도 피로를 느끼는 병적인 증상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80% 정도가 피로를 느낀다고 하며 항상 피로를 느낀다고 답한 사람도 전체 인구의 18%나 된다고 한다.

과거에 B형 간염 유병률이 10%를 넘던 시절에는 피로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가 간염이었다. 그러나 최근 B형 간염 유병률은 2%대로 감소했다. 그 대신 지방간 환자는 급증하고 있다. 지방간은 술에 의한 알코올성 지방간과 주로 비만에 의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뉜다. 30, 40대의 지방간 유병률이 10%에 육박한다는 보고가 있다.

지방간 환자의 반수 정도가 심한 피로감을 호소한다고 하며 3명 중 한 명꼴로 낮 시간에 졸림을 호소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 지방간 환자에게 나타나는 피로가 차두리 노래대로 ‘간 때문’인지 확실하지는 않다.

실제로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피로 증상은 간 기능의 이상 정도와 비례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지방간 환자가 피로를 느끼는 이유는 비만과 과음으로 인해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하기 때문일 수 있으며 그렇기에 낮에 자주 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흔한 피로의 원인은 간질환이 아니라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적인 문제다. 만성적인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의 50%가 정신적 원인 때문에 피로를 느낀다. 보고자에 따라서는 최대 80%까지 차지한다. 또한 수면시간이 5시간 이하인 경우에도 피로를 느낄 확률이 2배 증가한다.

물론 피로가 각종 질환 때문인 경우도 적지 않다. 빈혈·당뇨병·관절염·갑상선 질환, 폐결핵 등 만성 질환이 있을 때 피로가 증가한다. 사실 거의 모든 질환이 피로를 유발한다고 봐야 한다. 명심할 것은 단순한 비만 때문에도 피로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폐결핵에 걸리면 기침이나 각혈 등으로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단순히 피로감만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간염의 경우도 심하면 황달이 나타나지만 단지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암이 있을 때에도 처음에는 단순히 피로감만 나타날 수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피로는 과도한 업무를 줄이고 과도한 음주를 줄이며 잠을 더 자라는 신호일 수도 있고, 숨어 있는 질환이 있다고 우리 몸에서 계속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 있다.

과로로 인한 피로의 경우에는 가장 먼저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급선무다. 흡연은 산소 부족을 유발하여 피로를 가중시키므로 금연해야 하며, 비만인 사람은 체중감량을 해서 심장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평소에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피로를 예방하는 방법이 된다. 피곤하다고 운동이나 활동을 안 하면 체력 저하로 인해 피로가 더 심해질 수 있다. 다만, 저녁 7시 이후에 하는 운동은 다음 날 아침에 피로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이유 없이 계속해서 과도한 피로감을 느낀다면 의사의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경희대 의대 교수 가정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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